잘못된 귀 관리가 귓병을 키운다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0 14:05
  • 호수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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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자극으로 반려동물 위생 주기적 관리 필요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면서 관리해 줘야 하는 것 중 하나가 ‘귀’다. 사람의 경우 가끔 귀를 파기도 하지만 필수적으로 관리하고 청소해야 하는 부위는 아니다. 하지만 반려견은 사람과 달리 귀에 대한 위생관리를 주기적으로 해줄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사람과 반려동물의 귀의 해부학적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귀는 귓바퀴에서 고막으로 이어지는 외이도가 수평하지만, 반려동물은 외이도가 ‘ㄴ’자 모양으로 돼 수직이도와 수평이도로 나뉜다. 이런 구조적 차이로 인해 반려동물의 귀 내부는 통풍이 잘 안되고 물이 들어갔을 때 사람에 비해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어렵다. 

더군다나 반려견 중에 귀가 쫑긋하게 서있는 경우도 있지만 귀가 큰 품종은 외이도를 귀가 덮고 있어 귀 내부의 통풍이 매우 어렵고 습한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코커스패니얼처럼 귀가 큰 품종은 귓병이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더군다나 반려동물은 귀 내부에도 털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생관리를 하지 않으면 털에 귀지가 붙고 세균이나 곰팡이가 증식해 감염될 수 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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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병 증세 나타나면 조속히 치료해야  

이러한 특성으로 반려동물의 귀는 보호자가 집에서 주기적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 그 주기는 1~2주에 한 번 정도면 되는데, 귀의 상태를 보고 주기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좋다. 귀 내부 피부의 발적이 없고 털이 많지 않으며 귀지의 양이 적고 색깔이 비교적 밝은 갈색이라면 귀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사실 이처럼 건강한 귀는 오히려 너무 자주 관리하는 것이 독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의 피부는 사람에 비해 얇고 약하다. 그렇기에 귀를 청소하기 위해 귀 내부를 강하게 닦거나 사람이 사용하는 면봉으로 문지르는 행위가 귀 내부 피부의 발적과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염증은 소양감을 동반하는데 이때 반려견이 앞발로 문지르거나 귀를 비비게 되면 염증이 심해지거나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보호자의 잘못된 귀 관리로 인해 건강한 귀에 병이 생기고 동물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건강한 귀는 오히려 가만히 두는 게 좋다. 귀 관리의 핵심은 최소 자극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귀에 있는 털을 어느 정도 뽑아주고 세정액을 귀에 직접 넣기보다는 부드러운 화장솜에 세정액을 충분히 묻혀 보이는 부분만 가볍게 닦아주는 방법을 추천한다. 귀에 직접 세정액을 넣는 것은 반려견들이 매우 싫어해 귀를 청소하는 시간이 매우 괴로워질 수 있으며, 과량 넣은 세정액은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 오히려 귀 내부를 습한 환경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관리는 건강한 귀에 한해 적용된다. 이미 귓병이 생겨 피부가 매우 붉어져 있고 귀지가 검은색에 가깝게 어두운 색깔을 띠는 경우는 병원체에 의한 감염이 있을 수 있어 위생관리 이상의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귓병을 검사하는 방법은 1차적으로 검이경을 통해 귀 내부 피부 상태와 외이도의 위생 상태를 육안으로 체크한다. 무턱대고 약을 쓰기보다 귓병을 일으킨 병원체가 세균인지 기생충인지 곰팡이인지 명확하게 검사해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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