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빙하기 대비법? 고집 버리고 변화 수용해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1 10:05
  • 호수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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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업·고용 동향 최전선에서 분석해온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이사

“지금은 변화를 잘 수용하는 인재가 선택받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유니코써치는 1984년 설립 이래 가장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와 산업 트렌드, 고객사가 원하는 인재상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급변하고 있어서다. 유니코써치를 이끄는 24년 차 헤드헌터 김혜양 대표이사는 1월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채용시장 상황을 전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기업 우위’ 채용시장 분위기 굳어져 

베테랑 헤드헌터 90여 명과 20만 명 넘는 인재 데이터베이스, 수백 개 고객사를 보유한 유니코써치에도 녹록지 않은 요즘이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가장 많이 쓴 표현은 ‘변화’다. 그는 “올해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 기업들의 신규와 경력 채용 모두 얼어붙을 거라 예상한다. 구인이 활발히 이뤄진 지난해와 180도 달라졌다”면서 “동시에 시스템화와 무인화, 기계화 등은 진화하며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일들을 더 빠르게 대체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을 대량으로 충원하는 산업군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기업 우위의 채용시장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고 김 대표는 진단했다. 김 대표는 “환경 변화를 기민하게 캐치하고 수용하는 인재가 기업들로부터 선택받는다”고 설명했다. 

 

급격히 얼어붙은 채용시장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헤드헌팅) 프로젝트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선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국내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채용시장 판도도 인재 우위에서 기업 우위로 바뀌는 추세라고 하던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IT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상당수가 호황을 누릴 땐 인재들이 이 기업에서 일할지 말지 결정하거나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제는 다르다.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해지자 높은 인건비가 경영상 위험 요인으로 부각됐다. 기업들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인력 규모와 연봉을 줄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기업들이 발표하고 있는 2023년도 정기 임원 인사는 올해 채용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2022년도 인사 때보다 임원 승진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과연 일각의 평가처럼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하는 인사일까”라며 “그보다는 인건비 절감을 통한 위기 대응 차원에서 임원 조직부터 줄이는 과정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유니코써치의 조사 결과 100대 기업 임원 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6932명이었고, 이어 6871명(2020년), 6664명(2021년)으로 계속 감소했다. 지난해엔 악재를 딛고 실적 회복에 성공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임원 수가 7175명으로 반등했다. 호실적에 따른 보상 차원이었던 ‘임원 승진 잔치’는 반짝 행사에 그쳤다. 김 대표는 “올 연말쯤 100대 기업 임원 수가 6900명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면서 “IT와 건설, 금융, 식품 등 업종에서 임원 수 감소가 두드러지고 신입·경력 채용 움직임도 대폭 둔화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열세에 놓인 구직자와 이직 희망자가 채용 한파를 뚫을 방법은 없을까. 

“고객사들이 전체적인 채용 인원을 줄이는 와중에도 꼭 필요한 부서에 대한 인재 충원은 아낌없이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꼭 필요한 인재의 예를 들자면.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 연구개발(R&D)·신사업 발굴·전략기획 담당자 등 회사의 미래 성장과 직결된 분야에 특화된 인재다.”  

재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도 채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들었다. 

“환경, 안전, 법률, ESG 컨설팅 등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갖춘 인재를 찾아 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늘어났다.” 

업종과 직무 분야를 넘어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인재상이 있나. 

“일단 해당 직무에 대한 지식과 경력, 즉 직무 전문성이 기본이다. 아울러 산업 재편이 활발해지면서 변화를 잘 수용하는 인재가 주목받고 있다.” 

변화를 수용하는 인재란 어떤 인재인가. 

“산업과 직무가 뜨고 지는 데 관심을 기울이며 대비하는 인재다. 여태껏 해온 한 가지만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위기 맞아 융합형 인재 선호하는 기업들 

올해 대기업들이 소수정예로 임원을 뽑으면서 ‘주전공’ 포함해 2~3개 분야에서 두루 활약하는 융합형 인재를 선호할 것으로 유니코써치는 전망한다. 제2, 제3 분야까지 아우르는 리더가 격변기 또는 위기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임원뿐 아니라 실무자 레벨 역시 복수의 직무 전문성을 갖추고 산업 트렌드 변화에 얼마든, 언제든 대처할 수 있음을 어필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최근 변호사들이 기업으로 속속 유입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법무 담당자의 틀을 깨고 경영기획, 마케팅, 홍보, 인사 등 다른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변호사가 부쩍 많아졌다.

 

그 밖에 구직자와 이직 희망자가 유념해야 할 점은. 

“처음부터 대기업에서 시작하거나 높은 연봉을 받는 게 여의치 않다면 그런 조건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직무 전문성을 탄탄하게 키워가며 (작은 회사에서 보다 큰 회사로) ‘점프’해 나가는 방법을 추천하는 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한 네트워킹을 단단히 하는 것도 산업 트렌드와 직무 변화에 뒤처지지 않게 해줄 수 있다.” 

 

■ 김혜양 대표는 누구 

김혜양 대표는 1967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외국계 화학사의 영업 및 영업관리 업무를 거쳐 2000년 유니코써치에 입사했다. 입사 3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헤드헌터가 될 정도로 잘 맞는 일이었다. 15년간 고객사 관계자와 후보자를 수도 없이 만났다. 담당 산업의 트렌드나 직무 변화도 항상 치열하게 연구했다. 지금껏 고객사들에 찾아준 인재는 4000명에 달한다. 2016년 유니코써치 대표이사가 됐고, 이듬해 회사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여전히 필드를 활발히 누비는 현역 헤드헌터인 그는 “요즘 같은 고용 한파 속에서 ‘기업이 진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찾아준다’는 헤드헌팅업의 본질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그래서 올해 유니코써치의 슬로건을 ‘기본에 충실하자’로 정했다”며 “우리 역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변화를 잘 수용해 고객사들이 경영 위기, 산업 재편 등 난관을 잘 헤쳐가도록 돕고 싶다. 성경의 사건을 빌리자면 마라의 쓴 물을 단물로 바꾼 그 나무처럼 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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