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재명에 부상하는 ‘친문’ 전해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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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철’ 중 유일한 현역…친문계 구심점으로 주목
원내외 영향력↑…野일각,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배임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측은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며 무고(誣告)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으론 ‘이재명 리더십’의 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를 둘러싼 수사와 재판이 계속될 시 민주당 의원들의 ‘선거 운동’에도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이 대표가 코너에 몰린 사이 당내 권력 구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친이재명계에 가려 목소리를 내지 않던 친문재인계 인사들이 세력화를 도모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민주당 친문계의 새 구심점으로 전해철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원조 친문’이자 3선인 전 의원이 친문계와 친명계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자처하면서다. 이에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유력 후보이자 ‘포스트 이재명’으로 전 의원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비명의 길’ 걸어온 ‘3철’ 전해철

전해철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른바 ‘3철’(이호철, 양정철, 전해철) 중 한 명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으며, 3철 가운데 유일한 현역 의원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이후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로도 언급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교체되고, 당이 ‘이재명 체제’로 개편되면서 입지가 바뀌었다. 당내 주류로 친명계가 올라서는 과정에서 친문인 전 의원은 비주류의 길을 택했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자 ‘개딸’(개혁의딸)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6월24일 전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재명 고문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고 아주 중요한 자산”이라면서도 “민주당이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라고 한다면 지난 패배에 대한 잘못 또 패배의 원인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있어야 된다.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분이 한 발 비켜서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만들어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당직자 기소 시 직무 정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당헌 80조 개정’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를 의식해 당헌을 개정하는 것은 ‘민주당답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8월10일 전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과 지선 패배에 대한 제도적 평가가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와 연관된 당헌 개정이 쟁점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 의원의 목소리는 모두 사장(死藏)됐다. 당 지도부는 친명계로 채워졌고, 당헌 80조도 개정됐다. 이후 전 의원은 다소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여전히 친문계이자 비명계로 분류됐으나, 더 이상 이 대표와 충돌하거나 마찰을 빚진 않았다. 되레 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동시에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경기도 지역구의 한 민주당 의원은 “전해철 의원은 ‘친문’을 넘어선 ‘진문’”이라면서도 “다만 본인도 계파에 얽메이고 싶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당의 화합을 위해 무게 중심을 잡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오른쪽)과 김종민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오른쪽)과 김종민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원내대표 유력 후보?

전당대회 후 잠행하던 전 의원. 그랬던 그가 최근 다시금 주목받는 모습이다. 민주당 비주류로 분류됐던 친문계 인사들이 다시금 뭉치기 시작한 가운데 그 구심점으로 전 의원이 지목되면서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 전 실장과 김수현 전 실장 등이 모여 정책을 연구하는 포럼을 결성했다. 포럼의 이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전라남도 강진으로 유배됐을 때 생활했던 곳인 ‘사의재’(四宜齋)로 정해졌다. 전 의원은 지난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 정책을 성찰하고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평가하는 포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의재 결성 취지를 설명했다.

전 의원은 도종환·고민정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주축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에도 몸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고 향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전 의원은 당내뿐 아니라 대여 관계에서도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국회 협치를 위해 여야 의원들이 구성한 ‘초당적 정치 개혁 모임’에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과 함께 민주당 대표로 참석하면서다. ‘초당적 정치 개혁 모임’은 지난 9일 국민의힘 김상훈, 이종배, 민주당 정성호, 전해철,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여야 중진의원 9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후 기존 별도로 진행해 온 50명 규모의 정치 개혁 연속 토론 모임이 합류하면서 조직이 확대 개편됐다.

전 의원이 보폭을 넓히는 가운데 전 의원의 ‘지원군’도 세력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당내 비명계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오는 31일 첫 비공개 토론회를 열고 당 지지율 상황을 논의한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정체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25일 기준 3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선 전 의원이 비명계와 손잡고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임기는 5월 둘째 주까지다. 후임 원내대표는 이때부터 2024년 5월29일까지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이끌게 된다. 차기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둘러싼 수사 상황에 따라 ‘임시 당 대표’ 직을 수행할 수도 있는 만큼 ‘포스트 이재명’ 자리로도 해석된다.

전 의원이 원내대표 자리에 도전한다면 당내 친명계과 친문계가 본격적으로 ‘세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친명계에서는 조정식 사무총장과 이미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우원식 의원, 이 대표의 최측근 정성호 의원 등이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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