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는 ‘인간 대학살’의 동의어나 다름없다 [배정원의 핫한 시대]
  •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1 13:05
  • 호수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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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인 판타지가 아닌 우리에게 다가올 현실 속 비극
“지구 파괴 부추기는 사람들 여기 다 모여 있다”던 툰베리 절규 귀에 쟁쟁

지난주 설을 지내고 영하 20도에 이르는 한파가 밀어닥쳤다. 며칠 전부터 가장 강력한 한파가 온다고 기상청에서는 연일 주의보를 냈고 사람들은 이에 나름대로 대비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날씨를 이길 수는 없었다. 한파는 그저 추운 기운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전기를 끊어놓기도 했고, 수도를 얼리고, 산불을 일으켰으며, 사람들을 고립시켰다.

날씨가 이상해진 지 꽤 되었다. 우리나라의 겨울 특징인 ‘삼한사온’은 이제 옛말이 되었고 폭설과 강풍, 이상 한파는 며칠씩 계속되곤 한다. 3월에 펴야 할 개나리가 난데없이 1월에 활짝 피고, 눈 대신 폭우가 내린다. 매년 여름은 더 덥고 건조하며 길어진다. 지난해 서울과 중부권엔 물폭탄이 쏟아졌고, 작물 농사가 많은 전남을 포함한 남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곤욕을 치렀다. 기후는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 과일이나 작물, 어종은 자꾸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런 기후환경 이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본은 역대급 폭우와 태풍으로 최근 몇 년간 시달리고 있고, 선선해야 할 유럽은 연일 폭염으로, 미국은 매년 초대형 허리케인과 폭우로 엄청난 피해와 사상자를 내고 있다. ‘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며 그 원인을 ‘탄소 배출량’ ‘지구온난화’ 등에서 찾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경고가 쏟아진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우리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지구는 날마다 더 더워지고 많은 이변이 국지적으로, 전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스웨덴의 세계적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19)가 1월17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가르츠바일러 노천 갈탄 탄광 주변에서 인근 탄광마을인 뤼체라트 철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AP·DPA=연합뉴스

예고된 ‘지옥 같은 날들’, 80년도 채 안 남아

2016년 환경학자들이 절대로 넘어선 안 된다고 경고하며 그어놓은 탄소농도 한계선(400ppm)은 이미 2018년에 가볍게 무너졌다. 최근 스위스에서는 눈이 사라져 스키장들이 폐쇄되었는데, 눈이 내려야 할 때 비가 내려 쌓인 눈을 녹였기 때문이다. 이는 스키장 폐쇄에만 그치지 않고 산사태와 홍수 위험을 불러온다. 눈이 없어지면 태양열을 반사하지 못하고 땅으로 흡수시켜 기온을 더 오르게 한다. 지구의 높아진 기온으로 극지방의 얼음들이 녹고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들에 쌓인 눈도 녹고 있다. 극지방의 얼음은 지도를 바꿀 정도로 빨리 녹아 해수면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해안가 마을·도시들이 곧 물에 잠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 얼어있던 영구동토층이 녹아 얼마 전에는 노출된 순록 사체를 만진 러시아 소년이 탄저병에 걸려 죽었다. 그동안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균과 바이러스가 높아진 온도에 노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두고 환경학자뿐 아니라 보건학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탄소를 흡수해 지구 기온을 낮추는 데 공헌해온 바다 역시 더워져 태양열과 탄소를 덜 흡수하고 그 탓에 산호초들이 백화현상을 보이며 폐사하고 있다.

공기 중 탄소를 흡수해 산소로 내뿜는 역할을 하던 식물성 플랑크톤이 감소해 기온은 더 올라간다. 또 기온이 오르자 산불은 더 자주 크게 발생하고, 설상가상 인간들이 개간한다며 불을 지르기 때문에 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내뿜어줘야 할 나무의 수는 급격히 적어지고, 그래서 또 기온은 상승하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 가뭄과 홍수가 이어지고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방글라데시, 남미, 남아시아 지역에서도 많은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에서는 2050년엔 기후난민 수가 1억4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후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현상을 ‘자연’이 아닌 오롯이 ‘인간’이 벌인 일이라고 규정한다. 이런 위기는 부자보다는 가난한 이들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먼저 겪는다. 지난여름 폭우가 반지하방 속의 운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두 모녀를 삼킨 것처럼 말이다.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설명하면서 인류문명의 역사를 단 두 세대의 이야기로 압축하기도 한다. 첫 세대는 그야말로 지구를 인간의 소유물로 삼고, 화석연료를 이용해 부를 일구었다. 그 대척점에는 그간 발생한 배기가스들이 수천 년간 쌓여 있던 얼음을 녹였고, 땅과 바다를 데웠다. 결과적으로는 그 황금기 동안 안정적으로 제어돼 오던 지구의 환경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그다음 세대는 이제 많이 망가진 지구 위에서 인류집단의 미래를 보존하고 파멸을 방지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하게 되었다. 그 첫 세대는 우리를 포함한 선대 인간들이고, 다음 세대는 이 지구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의 자식이며 손자들이다.

 

‘나’부터 탄소배출량·쓰레기 줄이는 실천을

그래서 최근 기후와 환경에 대해 더욱 민감하고 열렬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음 세대를 살아가야 할 청년과 어린이들이다. 유럽의 유명 미술관에 난입해 명화에 감자수프를 끼얹고, 경제포럼장에서 시위를 하다 끌려가고 재판의 최후진술을 통해 기후환경 위기를 외치는 어리고 젊은 환경운동가들의 초조함과 절박함을 보라.

얼마 전 우리 대통령도 다녀온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에 나타난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 행성의 파괴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것처럼 지구온난화에는 특별하게 더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극대한 부를 쌓아온 기업들, 이를 묵인한 정부들, 이로 인해 이득을 본 국가들이다.

인간들이 만든 ‘지구온난화’의 책임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지게 될 것이다. 지구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대량학살’이 될 거라는 의미다. 과학자들이 ‘지옥 같은 날들’을 예고하는 2100년은 앞으로 80년도 채 남지 않았다. 2023년에 태어나는 우리의 아이들은 그날들을 살아내야 할 것이고,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스러운 삶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 줄곧 ‘내 아이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어 다니는 것이다. 또 샴푸와 세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물과 전기를 아껴 쓰고, 샤워 시간과 횟수를 줄이고, 냉장고에 식품을 꽉 채우지 않고, 너무 환하게 살지 않고, 플라스틱 물건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 사용하고, 최대한 재활용하고, 포장지를 많이 쓰는 배달음식을 이용하지 않으며, 고기와 유제품을 덜 먹고, 종이를 뒷면까지 사용하고, 식품을 많이 사지 않고,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음식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 등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 정부, 국가가 다 따로 할 일이 있고 꼭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이는 권고사항이 아니라 강제사항이어야 한다. 그 정도로 기후환경 문제는 심각하고 또 시급하다.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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