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 코트 입성한 여준석, NBA에 한 발짝 더
  • 김종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8 15:05
  • 호수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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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과 더불어 ‘NBA 변방’ 한국 농구의 역사 뒤바꿀 기대주
미국 곤자가대, 손꼽히는 명문…우선 팀 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NBA는 이론의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농구 무대다. 화수분같이 이어지는 농구 종주국 미국 내 자원에 더해 세계 각국의 간판급 선수들이 NBA 무대로 몰려들고 있다.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 도만타스 사보니스(리투아니아), 야니스 아데토쿤보(그리스), 조엘 엠비드(프랑스) 등이 대표적이다. 다가올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꼽히는 빅터 웸반야마 또한 프랑스 국적의 유망주다. 주최 측이 바라는 ‘NBA의 세계화’에 걸맞은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양권 선수들에게 NBA는 멀기만 한 꿈의 무대다. 다수의 유럽 출신 스타처럼 리그의 중심에 서는 것은 고사하고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코트를 밟아보는 일도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아시아 최강팀으로 군림하며 꾸준히 NBA리거를 배출했던 중국조차도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별다른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최근 들어 NBA에서 새로운 아시안 파워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흑인 혼혈 하치무라 루이에 더해 와타나베 유타까지 미국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일본의 농구 열기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 일본 농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시아 대회에서 중국·이란 등과 함께 선두권을 다툴 전력으로 올라섰다.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 여준석이 2022년 6월18일 경기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 필리핀과의 2차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뉴스1

중학교 때 신장 이미 2m 넘어…민첩성과 점프력도 수준급

이번 월드컵 축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당 종목에서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수준 높은 선수가 많이 뛰고 있는 세계적인 리그에 진출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농구는 잠깐 NBA를 경험하는 데 그친 하승진이 지금껏 유일한 사례였다. NBA리거를 바라는 국내 농구팬들의 목소리는 높지만 기량·환경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NBA 진출을 목표로 뛰고 있는 기대주 이현중(22·202cm)과 여준석(20·203cm)은 한국 농구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뭐든지 처음이 가장 어렵다. 어느 정도 보여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NBA 무대에 서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된다. 미국 내 대학 진학, G리그(NBA 하부 리그) 활동, 워크아웃, 에이전시 계약 등 다양한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차후 NBA 도전을 노리게 될 유망주들에게도 살아있는 경험과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게 농구계의 기대감이다.

미국 데이비슨대를 중퇴하고 올해 NBA 재도전에 나서는 이현중이 꾸준한 성장을 통해 이름을 알린 경우라면, 최근 고려대에서 곤자가대로 편입을 결정한 여준석은 농구를 시작하던 무렵부터 이미 국내에선 유망주였다. 일단 사이즈부터 남달랐다. 초등학교 때 190cm, 중학교 때 200cm를 넘으면서 주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거기에 더해 운동능력까지 좋았다. 키 큰 동양인 선수들은 느리다는 편견을 깨고 빠르게 코트를 내달리며 누구보다 높게 뛰었다.

당연히 중학교 수준에서는 막기 힘들었고 이를 입증하듯 소년체전 결승전에서 50득점 34리바운드, 전국종별농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44득점 31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중등 무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여준석이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동년배들보다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던 선수들의 경우 목표의식이 흐려지거나 성장이 정체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여준석은 달랐다.

일찍부터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이 있었던 그는 본격적으로 외곽슛을 갈고닦기 시작했다. 국내에서야 여준석의 키를 감안하면 빅맨으로 활약하기에 무리가 없겠지만, 밸런스 좋은 장신들이 가득한 해외 무대에서는 다르다. 2m 가드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드는 어렵더라도 스몰포워드는 소화해야 현실적으로 경쟁이 가능하다.

고교생이 된 여준석은 조금씩 스윙맨으로서의 플레이를 만들어갔다. 2018년 연맹회장기 결승에서 3점슛을 7개나 성공시켰던 모습 등이 이를 입증한다. 이후 고교 2년 때, 선배 이현중이 뛰고 있던 호주 NBA 글로벌 아카데미로 떠났다. 여기서 캠프 MVP를 차지하는 등 바뀐 무대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으나, 아쉽게도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명목상은 코로나19 여파였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학업을 따라갈 수 없었던 이유가 컸다. 해외에서는 운동선수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성적을 요구한다. 대단한 수준은 아닌지라 어느 정도 노력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정도지만 문제는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현중과 1차로 행보가 갈렸다. 이현중의 경우 모친인 성정아씨(1984년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어느 정도 영어를 익혀 놓았던 터였다.

이현중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여준석이란 이름이 조금씩 잊혀가던 2021년 무렵, 그는 다시금 팬들과 농구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성인 국가대표와 U19 대표에 동시 발탁되면서 압도적인 천재성을 과시했던 것이다. 2m의 장신이면서도 잘 달리고 높이 뛰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한결 향상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만타스 사보니스, 쳇 홈그렌 등 세계적인 스타나 슈퍼 유망주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는 점이다.

2021년 7월1일(한국시간)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농구 최종예선 1차전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 이현중이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현중이가 장신 슈터라면, 준석이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

고려대를 선택하며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가 흐려진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 목소리도 있었으나, 이번에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명문 곤자가대 편입을 발표하며 다시금 주변을 놀라게 했다. 최근 전미 랭킹 6위에 이름을 올린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곤자가대는 미국대학농구리그에서 손꼽히는 명문 중 한 곳이다. 2017년과 2021년에는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NCAA 디비전1 토너먼트에서 잇달아 준우승을 차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여준석이 명문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경우 어지간한 약체팀 에이스 이상의 주목을 받는 게 가능해진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2017년 6월 중국 항저우에서 있었던 ‘아시아태평양 팀 캠프’ 당시부터 여준석과 인연을 쌓아나갔던 김효범 서울삼성 코치는 “(이)현중이가 장신 슈터로서의 메리트를 지녔다면, (여)준석이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신체능력을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의 발전으로까지 이어갈 필요가 있다. 남다른 재능을 갖춘 선수니만큼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는 말로 NBA 도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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