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거부하고 ‘모르쇠’…이재명 ‘검찰진술서’에 담긴 방어논리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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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쪽 분량 진술서 제출, ‘답변 거부’ 예고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전면 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소환 조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소환 조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 소환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에 수십 장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대체해 진술을 대체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에 33쪽의 서면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날 민주당이 대신 언론에 공개한 서면 진술서 서문엔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진술서로 갈음할 수밖에 없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검찰에 제출한 진술에서 ‘중립성을 잃고 이미 기소를 결정한 검찰은 진실과 사건 실체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며 “이 대표는 이날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진술서로 갈음할 것이고 이는 법률에서 보장하는 부당기소에 대한 정당한 방어권”이라고 설명했다.

진술서는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대표는 “검찰은 정치 아닌 수사를 해야 한다. 법과 질서 유지에 최고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검찰이 권력자의 정적 제거를 위해 조작 수사에 나서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가짜뉴스와 조작 수사로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며 “역사와 대화하고 소명을 되새기며 당당히 맞서겠다. 중립성을 잃고 이미 기소를 결정한 검찰은 진실과 사건 실체에 관심이 없다. 어떤 합리적 소명도 검찰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A4용지 6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한 뒤 진술을 최대한 아끼는 방어 전략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검찰 조사에 ‘답변 거부’와 ‘침묵’으로 대응 기조를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 대표는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 100% 출자회사고 화천대유 주주는 김만배씨라고 한다. 저는 천화동인 1호와 관계가 없고 언론 보도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또 “제가 천화동인 1호의 실주인이 아님은 천화동인 1호 재산의 처분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에서 모두 2018억원을 배당받았는데 배당이 이뤄지자마자 김만배씨의 대여금 형식 등으로 새나갔고 주식 투자나 부동산 구입에 수십억원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는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실소유주는 자신이 아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란 취지로 진술했다. 이 대표는 “유동규는 결국 자신은 전달자에 불과하고 아무 몫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정민용과 같은 부수적 역할을 한 사람이 100억원을 받았는데 이보다 큰 역할을 했다는 유동규의 지분이 아예 없다는 게 상식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위례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도록 한 혐의(업무상 배임)와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최종 결정해 확정 이익 1822억원 외 추가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해 성남시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 대표가 사실상 묵비권 행사 기조를 굳힌 만큼, 검찰로선 이 대표 측으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측에서 ‘스모킹 건’에 해당하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기류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성남FC 건 출석 당시 이 대표는 약 12시간가량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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