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방패’ 된 용산, ‘특검’도 막아낼까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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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광폭 행보’에도 대통령실 “제2부속실 필요無”
‘주가조작 의혹’ 제기한 김의겸 고소…野 “특검하자” 맞불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2021년 12월22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며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12월26일, 김건희 여사는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약 9개월, 과연 대통령 부부의 공언은 지켜지고 있을까. 정치권의 중론은 ‘아니다’에 찍힌 모습이다. 실제 김 여사는 여당 정치인들과 따로 만찬을 갖는 등 활발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김 여사와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는 거세지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이냐’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온다. 동시에 ‘김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17일(현지시간)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의 딸인 셰이카 라티파 빈트 모하메드 알 막툼 공주와 두바이 미래박물관에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17일(현지시간)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의 딸인 셰이카 라티파 빈트 모하메드 알 막툼 공주와 두바이 미래박물관에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부속실’ 필요없다는 대통령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선 김 여사의 ‘선한 영향력’을 강조한다. 김 여사가 영부인의 영향력을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여사의 주된 관심사는 인권·동물·환경이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 여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한 언론 인터뷰도 ‘동물 보호’와 ‘아동 학대’에 대한 얘기였다. 여권에 따르면, 김 여사가 그간 임시보호한 유기동물만 30마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여사 행보를 바라보는 야권의 시각은 다르다. 앞서 윤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한 김 여사가, 대통령실과 별개의 메시지를 내고 존재감을 키우는 건 ‘정치인의 행보’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대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한 ‘조용한 내조’ 공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실제 김 여사의 정치 행보는 날로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김 여사는 27일 여당 여성 의원들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윤 대통령 없이 단독 오찬을 가졌다. 김 여사는 2주 전인 11일에도 보수의 심장인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소통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여사의 의전과 일정을 지원할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별개로 정치인들을 만나고 행사에 참여할 것이라면, 활동의 투명성도 대통령에 준할 만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대통령 영부인의 활동 범주와 메시지 관리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서포트 해줘야 한다”며 “영부인의 일정과 관련해서 구설수가 생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여사가) 정식적인 보좌진을 두고 모든 일정들을 대통령에 준해서 국민들에게 브리핑하거나 성과를 공유해야지, 이도저도 안하면 결국 국민들한테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정쟁만 낼 것”이라며 “제2부속실 등을 통해 일부 중요한 일정 정도는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을 요구하는 주장을 불필요한 정치 공세로 치부하는 모습이다. 현 용산 대통령실의 조직 편제로도 김 여사의 활동 일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제2부속실 없이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김 여사의 일정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김 여사의 행보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야권이) 부속실 논란을 다시 띄워도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 규탄", "김건희 특검수용"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 규탄", "김건희 특검수용"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민주당, ‘주가조작 의혹’ 두고도 공방전

김 여사를 사이에 두고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전선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가 ‘우리 기술’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지방경찰청에 김 대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김 대변인이 주장한 우리 기술 종목이 작전주라는 근거가 없고 금감원에서 고발·수사되지도 않았다”며 “반복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고발 환영 운운하며 조롱하는 건 2차 가해로 묵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대변인은 지난 2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가 또 다른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났다”면서 “법정에서 검사의 입을 통해 김 여사가 우리기술 20만 주를 매도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고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계좌도 활용했다고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 야당 의원을 직접 고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11월에는 ‘김 여사가 캄보디아 심장병 아동 방문 당시 사진 촬영을 위해 조명을 동원했다’고 주장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를 겨냥한 민주당 의원들의 의혹제기에 고발이라는 강수로 대응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야권 탄압’이라는 날선 반응이 나온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페이스북에 “캄보디아 순방 관련 장경태 의원 고발, 주가조작 관련 김의겸 의원 고발, 모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이래서 김건희 대통령이라는 말이 떠도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과 대통령실 간의 갈등의 골은 앞으로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김건희 주가조작사건 태스크포스(TF)’가 내달 1일 출범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편파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진행하면서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찬대 의원은 “당사자도 아닌 대통령실이 굳이 ‘김건희 방탄’에 나서겠다면 으름장을 놓을 게 아니라 떳떳하게 해명하는 게 상식적이고 합당한 대응이다”며 “그걸로 모자란다면 이번 기회에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을 수용하고 수사와 재판을 통해 만천하에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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