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하니 몸값 뛴다?…나경원‧유승민 표심 누가 흡수할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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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유승민 없는 여론조사서 안철수 우위
컷오프 4명에 김기현 과반 득표 가능성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대형이 완성됐다.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유승민 전 의원까지 불출마를 결정했다. 전당대회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던 이들이 모두 레이스에서 이탈하면서, 이제 국민의힘 당권 구도는 ‘김기현 대 안철수’ 양강으로 굳어지게 됐다. 

다만 나경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몸값’은 불출마 이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에 새로 도입된 결선투표 제도의 영향으로, 이들의 표가 어느 후보로 쏠리는지 여부에 따라 당권이 갈릴 수 있어서다. 또 4명으로 확정된 컷오프 규모에 따라서도 당권주자 간 유불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별 셈법 계산이 분주해질 전망이다.

지난 25일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31일 유승민 전 의원도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시사저널
지난 25일 나경원 전 의원(왼)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31일 유승민 전 의원도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시사저널

나경원 이어 유승민도 불출마…“아무 의미 없더라”

유승민 전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겠다”며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초 유 전 의원의 출마 여부는 전당대회 막판 변수로 통해왔다. 유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보인 만큼, 그의 등판 여부에 따라 후보별 득표 순위가 뒤바뀔 수 있어서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였다. ‘당심 100%’ 룰 속에선 유 전 의원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던 것이다. 유 전 의원으로선 이 같은 구도로는 출마해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나 전 의원의 불출마에 더해 유 전 의원까지 불출마하면서 전당대회 구도는 사실상 ‘김기현vs안철수’ 2파전으로 좁혀졌다. 황교안 전 대표와 윤상현‧조경태 의원,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회장을 지낸 강신업 변호사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대부분 한 자릿수 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구도가 사실상 ‘안철수(왼) 대 김기현’ 양강으로 좁혀졌다. ⓒ 시사저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구도가 사실상 ‘안철수(왼) 대 김기현’ 양강으로 좁혀졌다. ⓒ 시사저널

결선투표 노리는 안철수, 과반득표 자신하는 김기현

관건은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하던 표심을 누가 흡수할지 여부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상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이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이라,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다. 결선투표가 진행되면 표 결집이 더 중요해지는 만큼, 벌써부터 불출마한 이들에 대한 구애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당장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은 안철수 의원이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면서다. 전날 발표된 알앤써치-아시아투데이(27~28일, 국민의힘 지지층 440명) 조사에서 안 의원은 39.8%로 김 의원(36.5%)을 앞섰다. 안 의원은 범비윤(凡非尹)계 표를 흡수해 결선투표 진입 후 1위 탈환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모두 현재로선 “타 후보와 연대는 없다”는 입장이라,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할진 미지수다. 특히 지난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국면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집중 견제를 보낸 것으로 미뤄보아, 김기현 의원을 향한 지원 사격을 재차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윤계로부터 압박을 받은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막판에 김 의원의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컷오프 인원도 변수다. 이번 전당대회의 당 댜표 컷오프 규모는 4명으로 확정됐다. 분모가 줄어들수록 득표율이 커지기 때문에 김 의원이 과반 득표에 성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여론조사에선 김 의원의 지지율이 안 의원과 비등하지만, 영남과 5060이 많은 당원 분포상 가중치를 부여하면 과반 득표를 노릴 수 있다는 반응이다. 김 의원 본인도 일찌감치 “목표는 결선 투표 없는 과반 득표”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컷오프 규모를 확정했다. 당 대표 후보는 4명, 최고위원 후보는 8명, 청년최고위원 4명이다. 이후 선관위는 다음달 2일부터 이틀 동안 후보자 등록을 받을 예정이며, 책임당원 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오는 2월10일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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