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윤핵관 목소리’…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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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최측근 ‘윤핵관 4인방’, 전대 관련 발언 자제
與일각 “非尹 결집 의식” 해석…총선 앞 재부상 전망도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여권 실세로 군림했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4인방이 최근 공개 발언을 자제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의 당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들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모습이다.

여권 일각에선 ‘윤핵관의 숙적’이던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자 이들이 ‘저격수’로 나설 명분이 없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불필요한 구설수는 피하면서, 차기 총선이 다가오면 다시금 존재감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권성동 의원, 장제원 의원, 윤한홍 의원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권성동 의원, 장제원 의원, 윤한홍 의원 ⓒ연합뉴스

전대 앞두고 사라진 ‘실세들’

‘윤핵관 4인방’은 여권 내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높은 직(職)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들 4인을 ‘하나의 그룹’처럼 챙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부부와 동반 만찬을 갖기도 했다. ‘윤핵관 4인방’이 당 지도부보다 윤 대통령 관저에 먼저 초대받은 셈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과 비밀 메신저인 ‘텔레그렘’ 등을 활용해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극소수의 당내 인사와 메신저로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래서일까. ‘윤핵관’이 각종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낼 때마다, 친윤계는 이를 ‘윤심’(윤 대통령 의중)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랬던 ‘윤핵관’이 최근 들어선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최근까지 전당대회 룰(rule), 당대표 자격 등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장 의원은 지난해 12월26일 “김기현은 덕장이자 용장”이라며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를 발표했다. 이어 1월1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고독한 척, 외로운 모습을 연출하려는 시나리오는 너무나 통속적인 정치신파극”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후 2주 가까이 장 의원은 더 이상 당권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자신이 비판했던 나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지만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장 의원의 아들인 래퍼 노엘(장용준)이 이른바 ‘전두환 지하실’ 가사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게 장 의원 ‘침묵의 원인’이란 해석도 나온다.

장 의원과 ‘호형호제’하는 권성동 의원 역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노렸지만 다른 ‘윤핵관’의 지지를 얻진 못했고, 결국 당권을 포기했다.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한 지난 5일 ‘특정 (당대표)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를 지지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실제 권 의원은 이후 전당대회 주자들과 거리를 둔 채 입법 활동에만 매진하는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당이 뒤숭숭하던 지난 26일에도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반대합니다’라는 글만 올렸다. 권 의원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지 3주 만이다.

윤한홍 의원과 이철규 의원 역시 전당대회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단지 이들이 비공개석상에서 ‘윤심’을 전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만 무성하다. 이철규 의원의 경우 나경원 전 의원과 지난 10일 서울 중구 소재 한 호텔에서 비공개 회동했다. 당시 이 의원은 “우연히 만난 것이고, 의미 있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혔고, 2주 뒤 나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다가오면 목소리 다시 커질까

여권 일각에선 ‘윤핵관의 숙적’이던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자 이들이 ‘저격수’로 나설 이유가 없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친윤계 내부에서는 자칫 ‘윤핵관’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를 경우 비윤계의 결집 계기만 만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은 “주인공(김기현 의원)이 돋보여야지 조연들이 목소리를 키우면 되겠느냐”며 “배는 순항하고 있고, 사공들(윤핵관)이 노를 저을 시간은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핵관’의 위세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여권 내 중론이다. 전당대회가 끝난 후 차기 총선과 공천 룰 등이 화두에 오르면, ‘윤핵관’의 존재감이 다시금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친윤’, ‘반윤’ 계파 논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선거가 없는 올해 가장 큰 정치 이벤트는 집권여당의 전당대회다. 국민의힘 당권은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 구상과 맞물려 있는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변곡점으로 여당 내 권력 구도, 대통령실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이 다시 세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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