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경찰관 5명 짓이라더니”…美 흑인 청년 사망케 한 가해자에 백인 있었다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2.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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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은폐 논란…‘흑백 갈등’ 차단하려 했나
흑인 운전자 구타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주민들이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흑인 운전자 구타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주민들이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20대 흑인 운전자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가해 경찰관 중 백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당국이 이를 은폐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 당국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가해 경찰관 5명을 면직했다며 이들의 실명을 밝혔다. 또 이들 전원이 희생자 타이어 니컬스(29)와 마찬가지로 흑인이라고 강조해 왔다.

니컬스는 앞서 지난 7일 교통단속 과정에서 경찰에게 폭행당했고, 10일 숨졌다. 사인은 신부전과 심장바미였다.

이후 잔혹한 폭행 장면이 녹화된 경찰 보디캠 영상이 공개되어 파장이 일었고,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당국은 20일 면직된 흑인 경찰관 5명과 구급대원 3명 등, 이 사건에 관련해 공무원 총 10명을 면직조치 했다.

그동안 이 사건이 지난 2020년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처럼 격렬한 인종갈등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는 크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흑인이라는 점에서 인종차별보다는 경찰의 과잉진압 등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30일, 프레스턴 헴필이라는 백인 경찰관이 차에서 니컬스를 강제로 끌어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헴필은 동료 경찰관 2명이 땅바닥에 니컬스를 쓰러뜨리자 니컬스에게 테이저건을 쏘기도 했다.

희생자 유족을 대리하는 변호사에 따르면, 니컬스가 도망치고 경찰관들이 그를 뒤쫓자 헴필이 “그들(경찰관들)이 저놈(니컬스)을 잡으면 엉덩이를 콱콱 밟아줬으면 좋겠네”라고 말하는 것도 포착됐다.

이 같은 장면은 현장 영상을 검토하던 니컬스의 계부가 처음 발견해 변호인들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멤피스 경찰국 대변인은 폭행사건 발생 다음날인 8일부터 헴필과 또 다른 익명 경찰관 1명에 대해 현장근무 중단 및 내근 전환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며 보도 내용을 시인했다.

흑인 경찰관 5명은 현재 2급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상태지만, 헴필은 면직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헴필의 변호인은 헴필이 니컬스의 차를 정차시킨 현장에는 있었으나 그가 달아나다가 붙잡혀 경찰관 5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현장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흑인 경찰관 5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과 달리 사건에 연루된 나머지 2명의 경찰관을 공개하지 않았던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헴필이 백인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따른 흑백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피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니컬스의 장례는 1일에 치러진다. 여기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흑인 민권 운동가, 경찰 폭력에 숨진 흑인들의 유족 등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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