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당무 개입한 것 아냐…윤핵관과 대통령 뜻 다를 것”
“장예찬이 ‘대통령 1호 참모’? 품격 없으면 품위 있는 척이라도 하라”
3‧8 전당대회를 한 달 여 앞둔 국민의힘에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친윤(친윤석열)계 일색으로 당권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란 기존 예상과는 달리, 비윤(비윤석열)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로 비윤계 구심점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지만, 그 표심을 누가 흡수하느냐에 따라 당권 당락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날(1월31일) 일반 최고위원직에 공식 출사표를 던진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고민을 안고 출발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 전 의원으로선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로 선거 동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비윤계 표심이 김 전 최고위원으로 쏠려 이변을 연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전 최고위원은 향후 전당대회 판세와 관련해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토 기류가 더 강해졌다. 반윤(반윤핵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시사저널은 김 전 최고위원의 출마 선언 당일인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나 최고위원 레이스와 관련한 구상을 들어봤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에서 이른바 윤심(尹心) 논란이 일면서 계파 싸움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촉구한 인물이기도 한데.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후배 정치인으로서 보자면 굉장히 굴욕적이었을 것 같다. 안타깝다. 4선의 사랑받던 우리 당의 정치인이 ‘윤핵관’의 조리돌림으로 이단으로 찍히면서 반윤(반윤석열)이 된 것 아닌가. 이런 모습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와 동떨어진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출마했어야 한다. 나 전 의원 불출마 연판장을 돌렸던 초선 의원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걸 알아야 한다.”
나 전 의원 불출마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무개입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핵관과 대통령의 뜻은 다르다고 믿고 싶다. 대통령은 인사권자이기에 해임의 과정에서 당무에 영향을 끼칠 순 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에게도 잘못이 있다. 출마 여부를 빠르게 판단하고 적절한 메시지를 제때 냈어야 하는데, 사실상 지난 한 달 동안 결국 대통령의 입만 쫓아다니지 않았나. 지지자들이 듣고 싶은 메시지는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3대 개혁 방안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공천을 어떻게 하고 총선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와 관련한 비전이다. 이것을 못 보여준 것은 나 전 의원이 실기한 거다.”
본인이 출마 선언을 한 날 유승민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의 불출마를 미리 알고 있었나.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불출마에 대한 말씀은 없었다. 저도 출마 선언한다고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다. 정치인으로 봤을 때 유 전 의원은 출마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 관계를 고려하면 출마 안 하는 게 나았다. 만감이 교차한다. 유 전 의원은 지쳤을 것 같고, 지금은 좀 쉬어야 할 타이밍이다. 상처를 많이 입은 것 같다.”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불출마로 이번 전당대회 당권 구도는 사실상 ‘김기현 대 안철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두 의원을 지지하던 표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하나.
“적극적 투표층은 보통 2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특정 후보를 너무 좋아해서 그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하는 팬덤의 투표층이다. 두 번째는 특정 후보를 너무 싫어해서 그 사람을 심판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분들이다. 나 전 의원이나 유 전 의원의 팬층은 투표장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심판성 투표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당원 100%로 룰을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불출마 조리돌림까지 보면서 윤핵관들에 대한 비토가 강하게 형성됐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적극적으로 반윤(반윤핵관)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최고위원 레이스에서도 비윤계 후보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당 선관위가 음주운전 등 전과를 부적격 후보 기준에 포함할 것으로 보여,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비윤계 허은아 의원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음주운전은 분명히 지탄받고 비판받고 반성해야 되는 범죄다. 하지만 전과가 있다고 출마 자체를 막는 것은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참정권을 제한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일이다. 선출직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오직 유권자의 몫이다.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공직 후보자가 싫으면 유권자가 표를 안 주면 되는 거다. 왜 특정 기관이 나서서 유권자의 표 행사를 제한하나. 이재명 대표가 과거 대선을 치를 때 전과 4범이어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 않나. 전과 4범이란 사실을 국민께 알리고 낙선 운동을 할 순 있다. 하지만 출마 자체를 막진 않았다. 갑자기 출마 기준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의외다. 한 번 기준을 세우면 앞으로도 계속 같은 기준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것은 피선거권과 참정권을 제한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같은 바른정당계 출신인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의 최근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장 이사장과는 과거 ‘엄카(엄마카드) 정치인’ ‘여의도 2시 청년’ 논쟁 등 공개 설전을 치르기도 했다.
“보수 정당은 품격과 품위를 중요시한다. 장 이사장은 평론을 하다 정치라는 업에 처음으로 뛰어들었지 않나. 품격과 품위가 없으면 있는 척 흉내라도 내는 게 본인의 정치 생명에 도움이 될 거다. 장 이사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 것 같다. 출마선언에서 ‘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던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주의는 때로는 시끄럽고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더라도 불협화음을 인정하는 거다. 민주주의가 위대한 것은 그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발생하는 관용의 정신 때문이다. 무작정 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지도부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서로 다른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를 고민해야지, 그저 대통령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권의 홍위병이 되겠다는 태도는 결코 보수 정당에 플러스 이익이 될 수 없다.”
장 이사장은 친윤으로 분류되기에, 본인과 대척점에 선 인물로 꼽힌다.
“본인 스스로 ‘대통령의 1호 참모’라는 표현을 쓰고 있더라. 그게 어떻게 대통령을 위한 정치인가. 진짜 참모는 그런 표현을 못 쓴다. 혹여나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낙선했을 때 대중의 평가가 어떻겠나. 대통령의 참모가 떨어졌으니 레임덕이 왔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장 이사장은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대통령을 팔아 본인 정치하고 있는 게 아닌지 반문해야 한다.”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고조에 따른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정체됐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전당대회 준비하면서 많은 당원들을 만나보면 다 윤핵관 욕이다. 윤핵관 꼴 보기 싫다는 말을 10명 중 5명이 말한다. 왜 윤핵관의 입김에 대통령이 놀아나는지 모르겠고, 윤핵관이 나라 꼴을 이 모양 이꼴로 만들었다고 자조하는 분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권력자에게 잘 보이려고 줄 서는 문화 때문에 비롯된 거다. 이 문화를 깨지 않으면 국민의힘에 변화는 없다.
결과는 공천에 달려있다. 민주당보다 더 개혁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감동을 전해드리면 국민께선 국민의힘을 선택하실 거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 때문에 정신 못 차리고 있다. 이런 때에 지도부가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냐에 따라 향후 총선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