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유승민 OUT에 다시 부는 ‘이준석 바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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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후보 등록 앞두고 친이준석계 기지개
비윤 표심 ‘들썩’, 흔들리는 김기현‧안철수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국민의힘 당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김기현 대 안철수’ 2파전으로 좁혀진 당권 구도는 비윤(비윤석열)계 후보들의 집단 움직임에 다시 한 치 앞도 전망할 수 없게 됐다.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불출마로 사실상 구심점을 잃은 비윤계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목전에 두고 ‘새로운 구심점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그 움직임의 중심엔 이준석 전 대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윤계이자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의 전당대회 출마가 속속 이뤄지고 있어서다.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의 최고위원 출마를 시작으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당권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심 100%’ 룰 속에선 이들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아 보이지만,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당권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준석계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사진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9월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중징계’ 4개월 만에 정치활동 재개한 이준석

2일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를 한 달 여 앞두고 공식 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당 대표엔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과 황교안 전 의원, 강신업 변호사 등 6명이, 최고위원엔 10여 명의 대진표가 확정되는 듯 했으나, 이변은 전날 오후부터 시작됐다. 천하람 당협위원장이 출마 결심을 굳히면서다.

천 위원장은 후보등록 마지막일인 오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권 출마를 공식화한다는 계획이다. 천 위원장은 이날 광주MBC라디오 《시사인터뷰 오늘》에 출연해 “요즘 전당대회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당의 개혁과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강하게 가져가기 위해 당권 도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의 당권 출마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데엔 이준석 전 대표의 영향이 있다. 천 위원장은 친이준석계로 불리는 인물이자, 지난 이 전 대표의 중징계 국면에서도 이 전 대표를 옹호한 대표적 스피커로 꼽혀서다. 천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인터뷰에서 “이준석‧유승민과 미래지향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해주시는 것”이라며 “다만 이준석계를 넘어 이준석과 대등한 인물로서 독립적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용태 전 최고위원의 후원회장을 맡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법원으로부터 ‘정진석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을 받아든 이후 4개월 만에 사실상 정치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저서 출간을 계기로 연초부터 언론과의 접점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주변에 간재비와 하고재비 영업하는 사람 있으면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 “선거는 차선이나 차악을 뽑지 않고 최선을 뽑아야 후회가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일반 최고위원직에 출마한 김용태 전 최고위원(왼)과 당 대표에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두 사람 모두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 시사저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일반 최고위원직에 출마한 김용태 전 최고위원(왼)과 당 대표에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두 사람 모두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비윤계 출사표에 결선투표 기대감…김기현 ‘과반 득표’ 멀어지나

현재까지 출사표를 던진 비윤계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다른 후보보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친윤(친윤석열)계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비윤계 표심이 이들로 결집하게 된다면 결과는 미지수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로선 개혁보수 성향의 당원 규모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80만 당원 가운데 최소 2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시사저널에 “80만 당원의 성향에 대한 데이터는 중앙당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그 데이터를 알게 될 것”이라며 “당원 남녀노소 누구나 개혁에 대한 목마름을 갖고 있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반윤계 표심은 오히려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비윤계 후보들의 집단 움직임에 김기현‧안철수 의원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이탈로 구심점을 잃은 비윤 표심이 ‘무투표’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분모가 작아지기에, 선두를 달리는 김기현 의원의 ‘과반 득표’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되고, 김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오차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결과를 예상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1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비윤 흡수’ 노리던 안철수, 거침없는 ‘연대’ 작전 펼 듯

안 의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안 의원은 비윤 표심을 흡수해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비윤계 후보들이 독자 출마를 굳히면서, 안 의원으로 표 쏠림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의원이 비윤계 후보와 연대에 성공한다면 승기에 가까워지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표심 분산 탓에 오히려 당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비윤계는 안 의원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김 전 최고위원은 시사저널에 “개혁에 공감하는 후보라면 그게 김기현 의원이든 안철수 의원이든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연일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 측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안 의원은 전날 “나 전 의원께 위로의 말씀을 드렸고 답을 받았다.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관건은 비윤계 후보들의 컷오프(예비경선) 통과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민의힘 선관위는 당 대표 4명, 일반 최고위원 8명, 청년 최고위원 4명까지 본경선에 올리기로 했다.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는 오는 8~9일 치러지고 결과는 10일 발표된다. 약 일주일 남은 기간 동안 컷오프 대비 신경전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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