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겨냥 ‘非尹 몰이’ 시작한 ‘親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2 1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安이 ‘尹心 팔이’”…金 미는 박수영‧이철규 ‘맹폭’
친윤계 동시 비판에도 安 지지율은 연일 상승세

“갑자기 ‘윤심 호소인’이 등장한 것 같은 느낌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윤 대통령은 안 의원과 차 한번 마신 적이 없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친윤‧진윤이니 하면서 가짜 ‘윤심 팔이’를 한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날선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안 의원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본인에게 있을 수 있다 주장하자 이를 반박하면서다. 여권 일각에선 친윤계가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안 의원을 ‘비윤 후보’로 몰아, 전당대회 구도를 ‘친윤 김기현vs비윤 안철수’ 구도로 만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시사저널·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시사저널·연합뉴스

‘친윤 후보’는 오로지 김기현?

김기현 의원에게 ‘윤심’이 쏠려있다는 건 여권 내 중론이다. 그러나 그간 친윤계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걸 삼가왔다. 자칫 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윤심은 김기현’이라는 친윤계 의원들의 공개 발언이 증가했다. 안철수 의원 측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심이 김 의원에게 있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자, 이를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의원은) 최근 ‘대통령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며 윤심을 파는가 하면,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의 균열을 운운하며 당심을 어지럽히는 모습이 금도를 넘었다”며 “스스로 친윤·진윤이니 하면서 가짜 ‘윤심 팔이’를 한다”고 저격했다.

이 의원은 “(안 의원은) 정권교체 이후 국정 운영을 뒷받침 하고 있는 동지들을 향해 ‘윤핵관’이니 ‘윤심팔이’니 비난하면서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수행에 태클 걸던 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직도 없는 의원이 당원 자격으로 다른 후보를 응원하는 것을 비난하기 전에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의 신분을 망각하고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수하의 언행부터 제어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안 의원이 ‘제2 나경원’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모습이다. 안 의원이 나 전 의원처럼 공직을 거부하고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개각할 때 안철수 의원한테 ‘아주 높은 장관 하나 또는 총리를 맡아달라’ 부탁을 했는데 그것을 거절했다”며 “(윤 대통령이) 서운해 하셨다, 아주 서운해 하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도 비상근이기는 하지만 장관급 자리 두 개를 줬는데 그걸 너무 가벼이 던진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섭섭해 하셨다”며 “안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께서 검찰에 쭉 계셨지 않았나”라며 “그러니까 공직의 무게를 굉장히 중요시하신다. 그때(안 의원이 장관·총리직을 거절했을 때)부터 이미 ‘이거는 아니지 않느냐’ 하는 말씀을 몇 번 하셨고 그 연장선상에서 (안 의원과) 한 번도 밥도 차도 안 마셨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이미 실망을 했기 때문에 공직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는 사람하고 함께 일할 수 있겠는가 하는 실망이 그때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경쟁 중인 김기현 의원도 안 의원에게 ‘윤심’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일 SBS 《김태현의 뉴스쇼》에 출연해 “갑자기 ‘윤심 호소인’이 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통령을 제발 그런 데 끌어들이지 않으시고 자신의 상품으로 경쟁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의 인수위원장 시절을 언급하며 용산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제가 대통령의 생각을 다 전달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는 않습니다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가출한 사태는 저는 처음 봤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할 때 자기가 추천한 사람이 뭐 이렇게 요직에 등용되지 않는다, 아마 장관에 등용되지 않았다. 그런 다음에 잠적하지 않았나”고 비판했다.

ⓒ리얼미터
ⓒ리얼미터

친윤계 공세에도 거세지는 ‘안풍’

정치권 일각에선 친윤계가 전당대회 구도를 ‘친윤vs비윤’을 넘어 ‘친윤vs반윤’으로 만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 측이 ‘친윤+반윤핵관 텐트’를 구성하려 하자 이에 균열을 내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당심 100%’로 바뀐 전당대회 룰(rule‧규칙) 고려하면 ‘윤심’을 얻지 못한 후보가 불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 측근의 힘이 셀 수밖에 없다. 특히 당권의 핵심은 국민 여론이 아닌 당 여론”이라며 “이 상황을 비윤계가 돌파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당의 분위기가 ‘친윤 대(對) 반윤’ 구도로 흐른다면 (세가 적은) 반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윤계의 전략이 주효할 지는 미지수다. 비윤계인 나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안 의원의 지지율은 되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대로 김 의원 지지율을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일 나오면서 친윤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1005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428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이 43.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김 의원의 지지도는 36.0%였다.

안 의원 지지율은 직전 조사(1월25~26일)보다 9.4%포인트(p)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1월31일 직후 이뤄졌다. 리얼미터는 유 전 의원 지지 표심을 안 의원이 상당 부분 흡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유 전 의원의 직전 조사 지지율은 8.8%였다.

김 의원 지지도는 직전 조사(40.0%, 1위)보다 4.0%p 감소했다. 두 후보 사이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 내인 7.3%p다. 최근 안 의원 지지율은 나경전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반영된 직전조사부터 2주 연속 상승세(17.2%→33.9%→43.3%)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김 의원의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40.3%→40.0%→36.0%)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국민의힘 지지층 428명으로 표본오차 ±4.7%포인트)다. 조사는 무선 RDD 90% 자동응답 전화 방식과 유선(10%)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9%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