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민주당, ‘단일대오’ 말고 ‘중첩대오’로 가야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6 08:05
  • 호수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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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국민이 많다.” 이는 얼마 전 한 야당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어느 당이 여당인지 야당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똑같이 민심에서 멀어져 있는 상황을 그는 그렇게 진단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은 공전(空轉) 상태나 다름없다. 여당은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당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흔드는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야당은 이른바 ‘당대표 리스크’로 인해 전전긍긍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이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방도나 변수가 당장 뾰족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야의 후진적 정치 현실은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선 정당 지지율이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이다. 어떤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우세하고, 또 다른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앞서는 결과가 나온다, 집권여당 쪽에서 여러 악재가 쏟아져 나오던 때에도 민주당 지지율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설령 더 높게 나오더라도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겨우 쥐꼬리만큼의 차이일 뿐이다.

이 와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무당층의 추이다.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부쩍 많아졌다. 무당층 증가는 달리 말해 여당이나 야당이나 ‘무능’과 ‘오만’에서 크게 다른 점이 없음을 말해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여권은 행정 권력으로 독주하고, 제1야당은 의회 권력을 앞세워 요지부동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정상으로 보일 리 만무하다. 누가 더 많이 국민들 화를 돋우고 눈총을 사느냐를 놓고 대결하는 모양새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은 국민들의 눈에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무당층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 시작일인 2일 유력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왼)과 안철수 의원이 후보 등록을 마치고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 시작일인 2일 유력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왼)과 안철수 의원이 후보 등록을 마치고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거대 정당이 이처럼 못난 정치 대결을 벌이는 상황에서 눈길이 더 가는 쪽은 야당인 민주당이다.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온갖 실책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호기를 놓친 채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어서다. 두 번의 큰 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한 민주당은 그 이후에도 줄곧 ‘지고’ 있다. 대통령의 실언·실책이 잇따르고,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전당대회 룰까지 아무렇지 않게 바꾸는 여당의 무리수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민주당은 별달리 해낸 것이 없다. 아무리 당대표가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는 사법 리스크에 갇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의회 제1당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정치적 존재감 없이 지지부진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여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사불란하게 ‘윤석열당’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 마당에 야당인 민주당이 선택할 길은 명료하다. 여당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적인 차별화의 방향은 당내에 정당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줄기차게 외쳐 온 ‘단일대오’에서 벗어나 ‘따로 또 같이’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첩대오’로 대형을 변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때마침 지난 1월31일 민주당의 일부 소속 의원이 ‘민심으로 본 민주당의 길’이라는 주제로 당 지지율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겠지만, 더디고 힘들더라도 변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민심 또한 그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회 의석 169석의 왕관을 쓴 제1야당이 그 무게를 견디려면 필요한 능력과 품격부터 챙겨야 한다. 어느 한 당이라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정치가 살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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