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에 고문당했다” 증언 前 알카에다 요원, 16년 만에 석방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2.0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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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공격 모의 가담했다가 체포
2021년 美 군사법정에서 정보당국의 가혹행위 공개 증언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관타나모 수용소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관타나모 수용소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한 전직 알카에다 요원이 16년의 형기를 마치고 풀려났다.

AP·AFP통신 등은 2일(현지 시각) 미군이 과거 알카에다 자금 전달책이었던 마지드 칸(42)을 석방했다고 보도했다. 칸은 중미 국가 벨리즈로 보내졌다.

파키스탄 국적으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칸은 20대 초반이던 2001년 9·11 테러 당시 알카에다 조직원이었다. 2003년에는 인도네시아 호텔 폭탄 테러 자금 5만 달러를 전달하는 등 알카에다의 테러공격 모의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그는 2003년 미국 당국에 체포된 뒤 3년간 CIA의 비밀 시설에 구금돼 심문받았고, 2006년 관타나모 수용소로 옮겨져 16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9·11 테러 발생 이후 테러 용의자 등을 수용하기 위해 쿠바 군사기지에 연 시설이다.

칸은 2021년 미군 군사법정에서 과거 CIA 심문 당시 물고문을 비롯해 구타, 성폭행, 굶기기,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오랫동안 벌거벗긴 채 천장에 매달려야 했고, 며칠간 잠을 못 자게 얼음물을 계속해서 퍼부었다”는 등의 공개 증언에 충격을 받은 배심원들이 칸의 사면을 요청하며 미군 지휘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칸의 진술 내용은 앞서 2014년 발표된 미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에도 담긴 바 있다. 당시 “알카에다 대원 등을 상대로 한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효과적이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칸은 재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미 당국의 조사에 협력하여 사전형량조정제도(플리바게닝)를 적용받고 감형됐다.

칸은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과거에 저지른 일을 깊이 후회한다”며 “신께, 또한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관타나모 수용자들의 석방 후 재범률을 조사한 국가정보국(DNI)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5년 석방된 115명 중 6명이 극단주의 폭력조직으로 복귀했거나 극단주의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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