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재자’하겠다더니…튀르키예, 러시아에 군수품 제공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2.04 12: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SJ “美 제재 대상 러시아 업체에 전차용 고무 등 수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각료회의를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각료회의를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튀르키예가 러시아에 수백억원 규모의 군수용 물자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튀르키예 업체 최소 13곳이 미 제재 대상인 러시아 업체 최소 10곳에 1850만 달러(약 230억원) 상당의 물자를 수출했다는 무역 통계를 보도했다.

수출 품목은 플라스틱과 고무, 차량 등이었다. 러시아는 주로 T-80 전차 보호장비를 제조하는 데 고무를 사용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전차와 선박, 헬멧, 방탄복 등에 사용된다. 특히 미국산 제품도 3차례 이상 러시아에 수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3~10월에 미국산 엘리베이터와 발전기, 회로기판 등 1500만 달러(약 186억원) 상당의 물자가 튀르키예 업체를 통해 러시아로 팔려 나갔다. 트럭용 핸들과 미국산 엔진 필터 등도 수출 품목에 포함됐다. 이 같은 거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도입한 대러 제재를 위반하는 행위다. 

튀르키예에서 물품을 수입한 러시아 기업에는 국영 방산업체 전술미사일회사(KTRV)와 총기 제조업체 프롬테크놀로지야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난해 3월 앙카라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을 주선한 바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흑해 곡물 협정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튀르키예의 대러 무역 통계는 러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군사 물자를 조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WSJ은 설명했다.

다가오는 봄철에 우크라이나전의 대규모 공세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제사회는 러시아 군수품 조달 경로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튀르키예를 비롯해 대러 제재에 소극적인 국가들에 최근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제재 위반을 경고하기도 하는 등, 미국의 압박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미국이 아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만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WSJ은 튀르키예와 러시아 당국이 수출과 관련된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