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 떨어진다”…‘이상민 탄핵’ 당론에도 웃지 못하는 민주당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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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탄핵소추안 발의 “압도적 찬성” 받았다지만
고개 드는 ‘역풍’ 우려에 장외투쟁도 ‘의견 분분’

더불어민주당은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오는 8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 작업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탄핵소추안 당론 채택은 “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이뤄졌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 장관 탄핵 추진은 사실상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항한 맞불 카드로 통하는 만큼, 당의 ‘단일대오’ 기조를 과시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물밑에선 역풍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탄핵소추안 인용을 장담할 수 없어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할 경우 이 장관에 면죄부를 쥐어주는 셈이라, 민주당으로선 대여 공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과 동시에 김건희 여사 특검과 장외 투쟁을 병행한다는 방침인데, 일각에선 “화력이 기대만 못하다”는 자조도 들린다.

더불어민주당이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행안부,국가보훈처, 인사혁신처 합동브리핑에서 2023년 행안부 중점 과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행안부,국가보훈처, 인사혁신처 합동브리핑에서 2023년 행안부 중점 과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100일 만에 이상민 탄핵소추안 발의…실제 탄핵은 ‘글쎄’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확한 숫자를 말하긴 어렵지만 생각한 이상으로 압도적 의원들이 탄핵소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소수의 의원들이 막판에 의견을 개진했으나, “(이 장관의 탄핵 추진을) 참을 만큼 참았다”는 데 절대 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향후 민주당은 169석의 지위를 활용해 이 장관 탄핵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헌법 65조에 따르면,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현재 과반 이상 의석수를 보유한 민주당은 단독으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즉시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된다.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연말 예산안 정국과 연계해 이 장관 탄핵을 밀어붙이고자 했으나, 역풍을 우려해 해임건의안부터 제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다시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으로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9일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일종의 맞불 성격으로 이 장관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 장외투쟁 카드를 활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만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압도적 찬성이 있었다’는 지도부 설명과는 달리, 물밑에선 불만이 여전하다. 실제 탄핵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와서다. 헌정 역사상 지금까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게다가 탄핵안 의결 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검사 역할을 하는 소추위원이 되는데, 이를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맡게 된다. 실제 탄핵까지는 ‘산 넘어 산’이란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장외 투쟁 두고서도 ‘설전’…‘이재명 방탄’ 우려에 반발 고조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된 이후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쓴 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공개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소수 의원이지만, 익명 보도를 전제로 불만을 드러내는 의원들은 다수다. 이들은 대부분 ‘방탄’ 이미지에 우려를 드러낸다. 민주당이 이 대표 엄호 태세를 굳힐수록 방탄 이미지가 두터워지고, 민생 소구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주말 열린 대규모 장외투쟁을 두고서도 당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169석을 확보한 다수당이 장외로 나가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지도부가 사실상 ‘동원령’을 내렸는데도 지난 4일 집회 당일엔 의원 전원이 참석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피한 개인 사정’ 탓에 일부 의원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이란 게 민주당의 설명이지만, 당 안팎에선 “생각보다 화력이 덜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장외 투쟁이 장기화할수록 당내 반발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장외 집회는 계획한 게 없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지만, 일부 지도부는 여러 차례 장외 투쟁을 나서야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지도부 내에서도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조가 나와, 의견 취합이 안 된 상태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장외 투쟁과는 별개로 금주 내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하고, 이날부터 시작되는 사흘간의 대정부질문에선 김건희 여사 관련 공세를 이어가며 특검 여론몰이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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