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주변에 나타나는 대상포진 ‘람세이 헌트 증후군’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1 15:05
  • 호수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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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의 통증, 청력 소실, 이명, 어지럼증, 미각 소실 등 증상 동반
안면마비, 각막 손상, 대상포진후 신경통 등 합병증도

66세 여성이 3일 전부터 왼쪽 얼굴과 입에 통증이 동반된 물집들이 생겼다. 물집들은 처음에는 작고 몇 개 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숫자가 늘어나 왼쪽 얼굴을 다 덮을 정도였다. 병원을 방문해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 치료를 1주일간 받은 후에야 발진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명과 어지럼증이 나타났고, 좌측 안면마비가 발생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안면마비와 이명, 어지럼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어릴 때 수두를 앓은 후 이 바이러스가 척추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될 때 다시 활성화돼 신경을 타고 나와 피부에 극심한 통증과 피부 발진이나 포진을 유발하는 것이다. 대상포진은 몸통 왼쪽이나 오른쪽 한편을 둘러싸듯이 물집들이 띠 모양을 이루며 나타나지만, 얼굴·목·눈 등에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람세이 헌트 증후군’은 한쪽 귀 근처의 안면신경에 대상포진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한쪽 귀의 안과 주위에 통증이 심한 물집이 생기면서 같은 쪽 안면마비가 나타나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이 외에도 귀의 통증, 청력 소실, 이명, 어지럼증, 미각 소실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람세이 헌트 증후군은 과거 수두에 걸린 적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커지며, 젊은 사람도 과로·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질환이 발생하면 대상포진이 생길 수 있다. 외상을 입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때도 발생 위험이 커진다. 람세이 헌트 증후군으로 발진이 생긴 날부터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2022년 6월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통해 람세이 헌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 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2022년 6월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통해 람세이 헌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최선의 예방책

람세이 헌트 증후군의 합병증으로는 청력 소실, 안면마비, 각막 손상, 대상포진후 신경통 등이 있다. 람세이 헌트 증후군 환자에게 발생한 안면마비와 청력 소실은 제때 치료받으면 저절로 사라진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일부에서는 안면마비와 청력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람세이 헌트 증후군으로 인한 안면마비로 눈을 감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때 안구통과 시력장애를 초래하는 각막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안면신경 손상으로 인해 물집이 사라진 후에도 심한 통증이 수년간 지속되는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발생하는 예도 있다. 

람세이 헌트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50세 이상 성인이 접종 대상인데, 대상포진 발병을 100% 막을 수는 없지만, 람세이 헌트 증후군을 비롯한 대상포진과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추고 통증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도 완치 후 1년이 지나 예방접종을 하면 람세이 헌트 증후군을 비롯한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 지난 3년 동안 진행된 ‘강재헌의 생생건강’은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건강 정보 연재인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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