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불안만 키운 영광 첫 ‘광주 군공항 이전 설명회’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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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광주시, 군공항 이전사업 절차 설명…찬반 입장 떠나 참여 열기 ‘후끈’
경계 맞댄 함평군 사업 참여 검토 움직임에 뜨거운 관심 속 거센 반발 교차
‘반쪽짜리’ 설명회 혹평도…피해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이전 효과만 강조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주민 설명회가 7일 오후 전남 영광 읍내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다.  지난해 11월 전남 지역 첫 설명회가 함평에서 개최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설명회는 영광 연합청년회가 알권리 차원에서 광주시에 요청해 성사됐다. 일부 함평군 사회단체의 유치 움직임에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 만약 함평 손불면으로 광주 군 공항이 이전하게 될 경우 “함평은 이익을 취하게 되고, 경계를 맞댄 영광 염산면은 고스란히 피해만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는 국방부와 광주시의 광주 군공항 이전방식, 사업절차, 지원사업, 군 공항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반면 공항 활주로 방향에 따른 소음 등 피해와 저감 대책 등은 예비 이전후보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관의 일방적인 설명만 있었을 뿐 주민 의견은 제대로 수렴하지 않아 반쪽짜리 설명회란 지적과 함께 설명회 자체가 주민 불안감을 키우는 리스크가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7일 오후 전남 영광 읍내 예술의 전당.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주민 설명회가 지난해 11월 전남 지역 첫 설명회가 함평에서 열린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함평군 손불면에 군 공항이 이전할 경우 접경지역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영광 염산면 지역발전협의회 등 19개 사회단체 회원들이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행사장인 영광 예술의 전당 입구에서 ‘우리 지역에 전투비행장 웬말이냐’, ‘함평·염산 이전 결사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7일 오후 전남 영광 읍내 예술의 전당.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주민 설명회가 지난해 11월 전남 지역 첫 설명회가 함평에서 열린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함평군 손불면에 군 공항이 이전할 경우 접경지역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영광 염산면 지역발전협의회 등 19개 사회단체 회원들이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행사장인 영광 예술의 전당 입구에서 ‘우리 지역에 전투비행장 웬말이냐’, ‘함평·염산 이전 결사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거친 설전에 수차례 중단…“설명회가 웬말이냐” vs “일단 들어보자”

광주시와 국방부 관계자, 군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설명회는 인접한 함평군의 사업 참여 검토 움직임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피해보상·지원사업 등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예정보다 30여분 늦게 시작된 설명회 내내 1층 객석 대부분을 가득 채운 주민들이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켜 찬반 입장을 떠나 군 공항 이전사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설명회 진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일부 지역시민단체는 “왜 영광서 설명회를 여느냐”며 공론화 과정 자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함평 손불면이나 나산면에 군 공항이 이전할 경우 접경지역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영광 염산면 지역발전협의회 등 19개 사회단체 회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주민들은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행사장 입구에서 ‘우리 지역에 전투비행장 웬말이냐’, ‘함평·염산 이전 결사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 주민들은 행사가 시작되자 설명회 연단 주변에서 ‘설명회가 웬말이냐’, ‘가증스러운 꼼수다’ 등이 적힌 손팻말과 대형 현수막을 들며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설명회 도중에 “영광에서 설명회를 갖는 이유가 뭐냐”며 거세게 반발한 지역사회단체 회원 주민과 “일단 들어 보자”는 방청객 사이에서 거친 설전이 오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여러 차례 설명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국방부와 광주시 관계자의 설명이 끝날 때에는 객석에서 큰 박수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광주시, 지원사업 집중 설명…피해·소음 대책은 말 아껴 

주최 측은 이날 행사 성격이 설명회인 만큼 질문은 하되 찬반의견 개진은 자제해달라고 참가자들에게신신 당부했다. 찬성과 반대는 최종적인 결과물로 정부 자체가 부족한 지금은 당국과 함평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질문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 주최 측 입장이다. 첫번째 설명자로 나선 박준식 국방부 군 공항이전계획단 사무관은 군 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이전 사업 절차와 사업방식, 주요 사업 내용, 이전 후보지 선정 절차, 이전에 따른 지원 방안 등을 설명했다. 뒤이어 광주시는 지원사업의 경우 군 공항 이전 주변 지역에는 최소 4508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또 공청회 등을 거쳐 주민 의견을 수렴해 마을 진입도로나 농로를 정비하거나 노인건강 복지지설, 복합문화복지센터 등 복지시설을 건립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 단지나 친환경 축산단지 등을 조성해 소득 증대 사업을 할 수 있고, 전통시장 현대화나 농수산물 유통단지 조성을 통해 지역개발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고 광주시는 밝혔다.

광주시는 소음 저감을 위해 현재 광주 군 공항 부지 819만8000㎡보다 1.4배가량 더 넓은 1166만㎡를 군 공항으로 조성하고 소음완충지역도 363만6000㎡를 추가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주거용 건축물이 편입되는 주민들을 위해 이주자 택지나 주택, 이주 정착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제공하거나 주거 이전비, 이사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광주시와 국방부는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을 예로 제시했다. 

7일 오후 전남 영광 읍내 예술의 전당.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주민 설명회가 지난해 11월 전남 지역 첫 설명회가 함평에서 열린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이날 설명회는 영광 연합청년회가 알권리 차원에서 광주시에 요구해 성사됐다. ⓒ시사저널 정성환
7일 오후 전남 영광 읍내 예술의 전당.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주민 설명회가 지난해 11월 전남 지역 첫 설명회가 함평에서 열린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이날 설명회는 영광 연합청년회가 알권리 차원에서 광주시에 요구해 성사됐다. ⓒ시사저널 정성환

하염없이 ‘공회전’에 씁쓸한 뒷맛 남겨…“소음 저감대책 있나” vs “지금은 말할 수 없어” 

설명회 참가자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군 공항 이전에 따른 소음 등 피해 대책 등을 집중 질의했다. 한 축산 농가는 한우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한 학부모는 군 공항이 들어설 경우 수업 시간에 발생할 소음 문제를 걱정하며 소음 저감 대책을 질문했다. 예비후보지 선정의 구체적 절차, 이전 사업 추진 관련 함평군과 영광군 간 진도 차이를 묻기도 했다. 

전투비행장이 들어서면 유사 시 전투가 발생하면 적의 미사일 원점 타격 대상이 된다며 주민 안전을 우려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예비 이전후보지가 확정되지 상태에서 활주로 방향 등을 예상할 수 없어 피해 규모나 대책을 말하기 어렵다”며 “다만 광주 군공항과 같은 기종의 전투기를 운용하는 경북 예천 비행장 주변의 소음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군 공항 후보지는 어디가 적합한지 조사해봐야 한다”며 “주민 투표를 거쳐야 하고 지역에서 반대하면 추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수산어민은 인접한 함평군이 군 공항 이전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함평 이전 완료 시 영광군이 속수무책으로 입는 피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군 공항 이전 예정지가 함평 손불면과 나사면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군데 중 하나로 확정되면 영광은 몸부림쳐도 못 막느냐”고 물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가 “현행법상 해당 지자체 주민만 찬반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확정이 된다면 막을 수 없다”고 밝히자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마지막 순서로 연단에 선 김종석 영광군 부군수는 “현재로선 찬성과 반대에 대한 군민들의 정해진 의견이 없기 때문에 군 입장도 없다”며 “전적으로 군민의 뜻에 따라 영광군의 입장도 정해 질 것”이라고 말하며 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을 달랬다. 

 

설익은 주민설명회가 리스크 됐다?…‘민민 갈등’ 불씨 될라

일부에선 이날 주민설명회를 두고 설익은 ‘반쪽짜리’라는 혹평까지 내놓았다. 주민설명회가 너무 앞서나간다는 것이다. 광주 군 공항이 함평으로 이전할지 특히 영광으로의 이전이 검토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전직 공무원 출신 주민 A씨는 “군 공항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설명회가 열리다보니 뜬구름 잡는 식의 얘기만 오고가면서 오히려 주민 불안을 확산시키는 자리가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영광읍에서 사는 B씨는 “핌피와 님비 양면성을 지닌 군 공항 이전사업의 경우 이전에 찬성하면 역적이고 반대를 하면 지역경제 발전에 발목을 잡는 형국으로 빠져들게 된다”며 “구조상 지역 주민들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양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영광군 농민회는 이날 오전 영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농민회는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을 교묘하게 이용해 쥐꼬리만 한 지원책을 가지고 지역 간 갈등과 지역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대다수 영광 군민과 농민은 광주 군 공항 이전 관련 영광군의 어떠한 행정적 정치적 행위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7일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영광 주민설명회를 두고 설익은 ‘반쪽짜리’라는 혹평도 내놓았다. 주민설명회가 너무 앞서나간다는 것이다. 광주 군 공항이 함평으로 이전할지 특히 영광으로의 이전이 검토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시사저널 정성환
7일 오후 전남 영광군 영광읍 영광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영광 염산면 지역사회단체 소속 주민들이 ‘광주 군 공항 이전 설명회 가증스러운 꼼수다’가 적힌 반대 현수막·손팻말을 들고 설명회 내내 침묵시위를 벌였다. ⓒ시사저널 정성환

주최 측의 과도한 발언 제지가 설명회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불만도 뒤따랐다. 주최 측은 국방부와 광주시의 사업 추진 설명을 들은 뒤 질문하는 것만 허용한 반면 주민들의 찬반 의견 표명은 금지했다. 고육지책으로 참가 주민과 관, 주민들 간 충돌을 사전에 막고 원만한 행사 진행을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의견 개진을 과도하게 제지하는 바람에 관 주도의 일방적인 ‘설명’에 그쳤다는 불만도 행사장 곳곳에서 팽배했다. 그나마 국방부는 시종일관 이전 예비 후보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음 피해와 대책 등을 뭐라고 잘라 말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설명회가 변죽만 울리는 모양새였다. 

영광군수와 군의원들의 불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은희삼 염산면 번영 회장은 “영광군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한 말씀해야 할 도의원, 군의원, 군수 등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한 군의원은 “군 공항 함평 이전에 대한 뚜렷한 말도 없고 진척도 없는 현 상황에서 행사장에 참석할 경우 자칫 설명회를 정당화하고 찬성 쪽으로 기우는 인상을 줄 수 있어 행사장을 둘러보러 오긴 했지만 설명회장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이전에 반대하는 강경론과 사업 추진 내막을 ‘일단 들어보자’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교차하면서 지역민 간 내부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와 광주시가 이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질질 끈다면 설명회가 지역 간, 지역주민 간 ‘민민 갈등’만 키우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와 국방부는 8일 오후에는 함평군 대동면사무소에서 유치위원회를 상대로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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