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대포폰, ‘대북 송금’ 스모킹 건 되나…‘李 연관성’ 규명에 수사력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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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행비서 박모씨가 소지한 휴대전화 6대 정밀분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1월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1월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가 붙잡히면서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 6대를 검찰이 확보했다. 이 중 김 전 회장이 사용한 차명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 전 회장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할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전날 국내로 송환된 박씨를 인천공항에서 압송해 조사했다. 박씨는 지난해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도운 인물이다. 8개월이 넘는 도피 생활 끝에 지난 17일 태국 국경 지역에서 캄보디아 경찰에 검거됐고,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체포 당시 휴대전화 6대와 5000만원 상당의 태국·캄보디아 화폐 등을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휴대전화 6대를 정밀 분석해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 및 대북송금 의혹 관련 이 대표의 연관성을 확인해줄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6대 중 일부는 차명 휴대전화로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검거돼 귀국한 박씨의 행보에 김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귀국 이후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구속기한 등을 고려해 우선 쌍방울 그룹 비리 의혹만 재판에 넘긴 상태다. 그가 받는 주요 혐의는 4500억원 규모의 배임 및 횡령,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800만 달러 대북 송금,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에 3억원 뇌물공여,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다. 김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등 7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이며, 검찰은 대북송금 관련 혐의를 추가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배임·횡령한 4500억원 등을 포함해 쌍방울그룹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건넨 것으로 파악된 대북송금 액수는 크게 800만 달러와 최소 50만 달러 이상의 추가 금액으로 나뉜다. 김 전 회장은 2009년 1·4월 북한 측 인사에 전달된 8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주기로 했다는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를 대신 내준 것이고, 나머지 300만 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경비를 내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경기도 대신 북한에 자금을 보낸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관련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본인과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통화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차명폰에서 이들 간 통화기록을 확보한다면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이 대표가 앞서 김 전 회장과의 친분을 부인했지만, 검찰이 통화기록 등을 통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8개월간 도피 지난 17일 국내로 압송됐다. ⓒ연합뉴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8개월 간의 도피생활을 끝내고 지난 17일 국내로 압송됐다. ⓒ연합뉴스

박씨가 수사협조에 적극적이라고 알려진 만큼, 휴대폰과 그의 진술을 통해 여러 증거들이 확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전 회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와 관련된 여러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또한 김 전 회장의 의중에 따라 같은 맥락의 진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씨는 전날 오전 인천공항에 입국하면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만난 것을 봤느냐', '체포 당시 돈과 휴대전화는 누구 것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전 회장의 전 매제이자 쌍방울그룹 '금고지기'로 불린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도 이르면 이번 주 후반 국내로 압송될 예정이다. 김 전 회장과 함께 태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 체포된 김씨는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현지에서 재판을 진행해왔는데, 벌금형을 받고 항소를 포기하면서 강제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김씨가 김 전 회장의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는 만큼 쌍방울그룹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자금을 자신이 세운 페이퍼컴퍼니(SPC) 두 곳에서 주로 조달한 것으로 의심하는데, 김씨가 당시 자금 조달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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