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국민들이 ‘180석으로 뭐했나’ 물으면 죄송하다 해야”
  • 김종일·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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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팬덤문화의 부정적 측면은 일시적 현상…지지층에게 소통장치 필요”
“선거구제 개혁은 정치인들 밥그릇 싸움…국민 기호 벗어나면 안 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80개에 달하는 ‘거대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시간’은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국민의힘에게 정권 교체를 허용했고, 지방선거에서도 참패의 수모를 겪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던 우상호 의원은 7일 시사저널과 만나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해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우 의원은 모든 문제가 ‘의석’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행정부, 윤석열 대통령의 협조없이는 민주당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우 의원의 시각이다.

우 의원은 또 민주당의 실패가 ‘팬덤정치’에서 기인했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선을 그었다. 우 의원은 “문자폭탄 등 부정적인 부분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지지층이 열정을 분출할 수 있는 당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180석 몰아줬는데 뭐했나’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죄송하다고 해야 한다. 다만 국회는 결정권을 가지진 않는다. 주요 정책권은 대통령과 행정권이 가진다. 국회는 도와주고 견제하지 어젠다를 끌고 가진 않는다. 또 최종적으로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못한다. 저는 의석이 적었던 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의석수 많고 적음이 어떤 일을 할 때 결정적 이유는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대통령이다. 정권을 잡아야 일할 수 있다. 여소야대가 되면 한계는 있지만 대한민국 주도권은 행정부가 갖게 돼있는 구조다.”

그래도 다수 의석을 앞세워 경찰개혁 입법 등을 추진했다.

“경찰개혁 입법 등은 다수의석을 가지고 추진한 것이 맞다. 하지만 모든 걸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오만한 부분은 지방선거처럼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다. 의석이 170석 가까우면 뭐하나. 선거에서 지면 의석수가 확 줄어든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당의 열성지지층 당원들의 서운함도 이해한다. 다만 의석이 많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

개딸(이재명 대표 지지층)을 비롯한 팬덤정치가 당내 화두다.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에는 ‘단순 동원형’ 당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노무현 팬카페인 ‘노사모’를 통해 참여당원들이 많아진 부분이 긍정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정당의 당원들이 약해지고 정치적 무관심도 커지고 있다. 오히려 20대들은 극우정당에 가입하기도 한다. 그래서 ‘참여형’ 당원의 확대는 민주주의 확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당원들이 좋아하는 정당에 참여하고 지도자의 팬이 되는 것이 정치참여다. 그게 정치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당이 팬덤정치에 휘둘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며 공격하고, 욕설하는 정치문화는 바꿔야 한다. 저도 비대위원장 때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그런 행위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결국 답답해서다. 이분들이 정치에 참여해보니 정당은 국회를 통하지 않으면 ‘말빨’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분들이 발언하게 해달라고 문자폭탄을 보내며 들끓은 것이다. 저는 팬덤문화 중 나쁜 부분은 일시적 현상이라 본다. 이분들의 ‘열정 탈출구’를 당에서 제도적 장치로 만들어줘야 한다.”

열성지지층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 일환으로 현재 당을 디지털 플랫폼 정당으로 바꾸는 것도 있다. 지금의 원내정당 구조를 온라인으로 바꿔 참여폭을 넓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정당 개혁이 시급하다고 본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얼마나 더 반영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선거구제 개편도 정치 개혁안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데.

“사실 선거구제는 국회의원들 밥그릇을 다루는 것이다. 개혁 과제가 아니다. 소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 이런 건 개혁의 문제로 보면 말도 안 된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유럽과 미국은 후진국이냐. 우리도 이미 이 (선거제) 흐름이 잘 돼있다. 또 저는 승자독식이란 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대의민주주의는 승자독식이 맞다. 이원집정부제 같은 아프리카 국가는 전부 내전 상태다. 국회의원 선거서 3~4% 차이로 떨어지면 ‘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달란 얘기인가. 대단히 잘못됐다. 너나 나나 몇 표 차이 안 나니 당선돼야 한다고 하면 모든 국민이 국회의원을 해야 한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하나.

“당원들에게 어떤 권한을 부여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해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처럼 사회적 약자 등 정치권에 들어와야 할 대상들도 의무화해야 한다. 군소정당, 새로운 어젠다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오게 해줘야 한다. 국민들도 현재 양당제를 선호한다. 국민의 기호에서 벗어나 국회의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강제로 하면 안 된다. 정치적 과제를 세팅할 때는 이 나라 주인인 국민들을 위한 것을 해야 한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이번 장외투쟁이 가장 온건한 장외투쟁이다. 행진도 안 했다. 그저 전국당원만 집회하고 해산했다. 과거에는 국회를 포기하고 장외로 나가거나 시민사회와 연대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근데 이번엔 우리당끼리만 유연하고 슬림하게 했다. 지금은 장외투쟁을 해야할 시점이다. 윤석열 정권에게 경고했지만 고치질 않지 않나.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국민들이 직접 압력 을 가하도록 해야 한다. 직접민주주의의 일환인 것이다. 이 투쟁은 이후에도 적절 시점에 또 해야 한다.”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어떻게 보나.

“총선을 앞둔 마지막 원내대표는 가장 할 일도 없고 별 의미도 없다. 올해 8월로 넘어가면 당에서 공천룰 싸움을 한다. 선거를 위한 전략을 논의하고 차기 공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평가가 집중된다. 그래서 다 경선을 준비한다고 지역구에 가있다. 선거는 지도부 중심으로 해야 한다. 원내대표도 지도부지만 공천 전략에선 역할이 적다.”

이재명 대표의 기소와 재판 판결 여부에 따라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도 있지 않나.

“이번엔 이재명이 기소, 재판판결 여부에 따라 변고가 생기면 수습하는 입장에서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근데 이건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원내대표를 뽑는다는 것은 원내대표의 일을 잘 할 사람이 아니라 정당 사고에 대비할 사람을 뽑는 것 아닌가. 그건 원내대표를 뽑는 취지가 아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총선의 악재라는 평가도 있다.

“이재명의 변고가 전제다. 이재명 대표가 우리 당의 선거에 유리할까 하는 고민은 선거 후보 입장에서 있을 수 있다. 다만 다른 대안도 없다. 또 어차피 외부변수로 당이 탄압받고 공격받을 땐 프레임 강도도 약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당원들이 뽑아준 대표가 스스로 거취변동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한, 당이 나서서 흔들어선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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