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尹대통령, 국정비전 없어…지난 9개월 뭘 했나”
  • 김종일·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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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경제위기에 대통령이 정치싸움에나 개입하는 건 미친 짓”
“尹, 野 대화 파트너로 삼고 민생 위기 반드시 대처해야”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차에 접어들었다. 실패인지 성공인지, 중간 평가는 이르다. 다만 정치권은 분명 소란스럽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검찰을 앞세운 ‘야당 탄압’에 나섰다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과연 윤 대통령이 공언한 ‘정치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던 우상호 의원은 7일 시사저널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국정구상의 비전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지난 9개월간 대통령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곧 경제위기도 올 것인데 대통령은 여당 전당대회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이건 미친 짓”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두 가지를 촉구했다. 우선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그리고 ‘민생대책 회의’를 매주마다 열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렇지 않고 여야와 대통령실이 갈등만 반복한다면, 경제 위기가 가중돼 나라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 의원은 우려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9개월째다.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정구상의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개혁과제를 선정한다는 것을 저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난 9개월간 대통령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 국정과제는 집권 초기에 집중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때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9개월이 각종 사고와 시련, 정쟁 속에서 그냥 가버렸다. 상당히 걱정된다. 특히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즈음 경제위기도 올 것인데 대통령이 알고나 계신지 모르겠다. 위기 때 한국이 버틸 수 있을까 싶다.”

최근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서 대통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만 올인하고 있다. 이건 미친 짓이다. 대통령이 민생에 전념해야지 집권당 정치싸움에 관여해서 ‘감 놔라 배추 놔라’ 하는 게 말이 되나. 정권 교체 과정에서 도와주지 않은 사람도 결국 같은 편인데 왜 편을 가르나. 대통령실 정무수석까지 나서서 공격하고, 이런 정치는 처음 본다. 정치퇴행이다.”

당정이 ‘원팀’을 이루는 게 정치퇴행이란 건가.

“정치라는 것은 경쟁자와도 공존하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런 철학을 모르는 것 같다. 또 대통령은 검찰에서 높은 반열에 오르면서 모든 걸 가졌다. 그래서 권력을 완전히 행사해야 집권기반이 강화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생긴 마찰 때문에 ‘나하고 손발 맞는 당대표가 있어야 나라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진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당무에) 개입하는 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 측근 중 대표감이 없어서다. 여기에 대통령이 총선 공천에 관여하려는 속셈도 있다. 결국 레임덕이 무서운 것이다. 본인도 위험하니 자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당내 세력을 포진시켜야 임기 말 안위가 보장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이 아니고선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첫째는 야당을 대화 파트너, 국정 파트너로 삼았으면 한다. 야당의 도움을 받아야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경제위기와 민생문제에 대해 일주일에 2~3회씩은 회의를 하셨으면 한다. 비공개도 좋다. 그래서 시장에 일종의 신호를 줘야한다. 이후 경제위기의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위험을 과대하게 느끼지 않도록 관리하고 대처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차기 여당 대표, 누가 되는 게 야권에 유리한가.

“차기 총선을 치를 때는 당 지도부의 확장력과 외연이 중도로까지 확장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우리 입장에선 김기현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 저는 안철수 의원보단 김기현이 훨씬 더 확장력이 약하다고 본다. 대중성이 없다. 또 리더로서의 덕목도 없다. ‘바지사장’이 돼 윤핵관들에게 업혀 다니기만 하지 않았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났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나.

“국정조사를 통해서 사고원인이 다 밝혀졌다. 오세훈 서울시장·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지자체장들은 예방책을 세우지 않았다. 또 당일 신고가 빗발치는데 윤희근 경찰총장은 술 먹고 전화도 안 받았다. 서울경찰청장은 용산을 지키다가 밥 먹으러 갔다. 여기에 행안부 장관은 컨트롤타워도 안 돌렸다. 대통령도 만전을 기하라면서 원론적 지침만 내렸다. 결국 현장을 파악해서 대처하는 어떤 것도 없었다. 그걸 보면서 대한민국의 안전 분야에 모든 책임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 막을 수 있었던 걸 못 막고 사상자를 못 구한 것이다. 결국 총체적으로 나라가 붕괴된 것이다.”

국정조사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아쉬움은 없나.

“국조에서 이런 사실들은 밝혀졌지만 이들이 ‘왜’ 그랬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책임을 물어야하는데 수사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수사를 안 한다. 이상민·윤희근·오세훈 등은 조사도 안하고 무혐의 처분됐다. 그래서 특검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검으로 가도 현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도 문제다.”

유가족들이 추가로 바라는 것들은 없었나.

“독립적 조사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159명의 사망자 유가족들은 책임처벌이 아니라 마지막 내 아이 모습을 알고 싶어한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빠지고 전문가 130명으로 구성된 독립조사기관을 만들어 생존자와 목격자 전원, 그리고 유가족들에 대한 심층조사를 해야 한다. 이후 종합적 사건백서를 만들어 재발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고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인 우상호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또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저는 과분한 주목을 받은 사람이다. 20대에는 6월 항쟁을 주도하고, 또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이한열 열사를 보내기도 했다. 50대에는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기억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당 원내대표로서 일했다. 또 정당정치를 진보적으로 변화시키려, 사회 불평등과 대한민국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려 노력했던 사람이 ‘우상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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