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이준석 바람’? 與전대에 비윤계 ‘돌풍’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0 11: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 등 비윤계 모두 본경선 진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 진출자가 가려졌다. 비윤(비윤석열)계이자 친이준석계 인사들인 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 후보가 모두 본경선에 진출했다. 이들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도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했다. 컷오프(예비경선) 결과, 당 대표 후보자 중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 본경선에 올랐다.

최고위원에는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후보가, 청년 최고위원에는 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했다. 컷오프 결과가 본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 후보별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하람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 대표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하람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 대표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 연합뉴스

천하람 돌풍에 김기현-안철수 ‘움찔’

당 대표의 경우 당초 김기현‧안철수‧황교안 후보의 본선 진출은 기정사실화했고,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천하람‧윤상현‧조경태 후보 간 치열한 자리싸움이 예고된 바 있다. 특히 천 후보는 당 대표 후보자 가운데 유일한 비윤계 후보라, 천 후보의 본선 진출 여부에 따라 양강 구도를 굳힌 김기현-안철수 후보 간 유불리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됐다.

천 후보는 전당대회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깜짝 출사표를 던진 이후, 비윤계 표심에 힘입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3순위까지 단숨에 오른 인물이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이탈에 따른 비윤계 표심이 천 후보 쪽으로 이동한 흐름이다. 천 후보는 등판과 동시에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를 강하게 저격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 진출자가 10일 발표됐다. 당 대표 선거 본경선에 진출하는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왼쪽부터 가나다순) ⓒ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 진출자가 10일 발표됐다. 당 대표 선거 본경선에 진출하는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왼쪽부터 가나다순) ⓒ 국민의힘 제공

천 후보가 돌풍을 일으킬수록 김기현-안철수 두 후보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이탈로 구심점을 잃은 비윤 표심이 ‘무투표’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분모가 작아지기에, 선두를 달리는 김기현 후보의 ‘과반 득표’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되고, 김 후보가 안철후 후보와 오차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결과를 예상할 수 없게 된다.

안 후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비윤 표심을 흡수해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노린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비윤계 후보들이 독자 출마를 굳히면서, 안 후보로 표 쏠림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후보가 비윤계 후보와 연대에 성공한다면 승기에 가까워지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표심 분산 탓에 오히려 당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천 후보는 친윤계와 각을 세우며 공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당내 대표적인 스피커인 이준석 전 대표가 천 후보를 공개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 전 대표와 함께 ‘공천개혁’을 키워드로 강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에 진출하는 최고위원 후보들. 윗줄 왼쪽부터 김병민, 김용태, 김재원, 민영삼 후보, 아랫줄 왼쪽부터 정미경, 조수진, 태영호, 허은아 후보 ⓒ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에 진출하는 최고위원 후보들. 윗줄 왼쪽부터 김병민, 김용태, 김재원, 민영삼 후보, 아랫줄 왼쪽부터 정미경, 조수진, 태영호, 허은아 후보 ⓒ 국민의힘 제공

尹心 업었다던 현역 의원 대거 탈락…비윤계 ‘약진’

최고위원 경선도 마찬가지로 ‘친윤 대 비윤’이 맞붙는 모양새로 치러지게 됐다. 친이준석계로 꼽히는 김용태‧허은아‧이기인 후보가 모두 본경선에 진출했다. 김용태 후보는 이 전 대표 체제 당시 청년최고위원을 지냈고, 허은아 후보는 이 전 대표 퇴진 직전까지 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원내 유일한 친이준석계 인사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특히 최고위원 컷오프에서 이른바 윤심(尹心)을 자처한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된 터라, 친윤계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수행팀장이었던 이용 의원과 경찰국 신설 등 윤석열 정부 핵심 공약을 이끌었던 이만희 의원, 언론 개혁을 주창한 박성중 의원 등이 탈락했다.

이 전 대표는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전원 본선에 진출한 것과 관련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오늘부터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천 후보도 “이제 본게임 시작이다. 기필코 양강을 뛰어넘어 국민의힘을 환골탈태 시키는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컷오프(예비경선)는 지난 8~9일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졌다. 본경선 진출 후보들은 이날 오후 2시 공정‧투명한 경쟁을 약속하는 ‘더 나은 미래 서약식’을 갖고, 이후 오는 13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권역별 후보 합동연설회를 한다. 방송 토론회는 4번 계획됐다. 본경선은 다음달 8일 치러지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9일 1‧2위 후보 간 양자 토론회와 10~11일 결선투표를 거쳐 12일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에 진출하는 청년최고위원 후보들. 왼쪽부터 김가람, 김정식, 이기인, 장예찬 후보(가나다순) ⓒ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에 진출하는 청년최고위원 후보들. 왼쪽부터 김가람, 김정식, 이기인, 장예찬 후보(가나다순) ⓒ 국민의힘 제공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