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이재명, ‘이낙연의 시간’ 올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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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139명, 반대 138명…李 체포동의안 ‘가까스로’ 부결
친낙계 일각 ‘李 사퇴 요구’ 목소리…“당내 분화 심화될 수도”
2021년 9월12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인사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9월12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인사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에 금이 간 모양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27일 가까스로 부결되면서다. 상당수 이탈표가 나오자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실각을 가정한 ‘포스트 이재명 체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 후보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이 이낙연 전 대표다. 야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내 친이낙연계 의원들이 ‘이재명 사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27일 체포동의안 표결 전까지 민주당은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표결 전날(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사독재 정권의 야만과 사법 사냥에 단호히 맞서겠다. 검찰의 정치 영장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대와 사뭇 다른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27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무효표는 11표다. 민주당 의석수를 고려하면 최소 32석의 이탈 표가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다음날(28일) 오전 9시, 주식시장이 개장 되자 특정주들이 일제히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삼부토건 ▲남화토건 ▲범양건영 ▲남화산업 등이 전일 대비 1~7% 가까이 오른 가격으로 거래됐다. 이들은 이른바 ‘이낙연 테마주’다. 전날(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것이 이낙연 전 대표에겐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시장의 움직임과 별개로 이 전 대표가 ‘정치 재개’를 선언하진 않았다. 현재 이 전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국제정치를 연구 중이다. 이 전 대표가 출국 전 예고한 유학기간은 1년이다. 약속대로라면 내년 6~7월경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 대표는 해외에 머물면서도 국내 정치에 관심을 끊지 않고 있다. 실제 최근까지도 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회‧외교 정책과 관련해 주기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다만 민주당 내 현안과 관련해선 의견을 삼가는 모양새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대선 경선 이후 (지지층 간) 갈등이 있었던 만큼 (당내 문제에) 개입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이 전 대표의 행보와 별개로 친낙계의 최근 활동과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이 전 대표 정책자문그룹인 ‘연대와 공생(연공)’이 재가동에 들어갔다. 연공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전문가 1000여 명이 참여해 발족했다가 이 전 대표 방미로 해체됐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연공 관계자들과 화상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공은 지난해 11월28일 재가동을 위한 첫 행사로 서울 여의도 보훈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는 ‘미중갈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외교와 무관한 ‘민주당의 사당화 논란’이 화두로 등장했다.

당시 친낙계로 분류되는 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세미나에 참석해 “요즘 민주당 정신은 사라진 것 같고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이 사당화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지도부와 지도자들은 과연 국민이 판단할 때의 곧고 굳은 정신으로 민주당을 이끌어가고 있고 국민들에게 희망주는지를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사당화돼서는 4년반 후에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복귀를 바라는 친낙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나 기권에 투표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또 일부 친낙계 의원들이 이 대표와의 개인 면담에서 ‘당대표직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 한 관계자는 “체포동의안 표결 전 일부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지만 이 대표가 사실상 거부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만약 또 한 번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된다면 그 때는 이탈표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복귀설이 대두되면 계파 갈등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도 나온다. 각기 다른 성향, 다른 기반의 팬덤을 보유한 ‘이낙연과 이재명의 공존’은 어려울 것이란 해석에서다. 결국 ‘이재명 체제’에 균열이 일어야만 ‘이낙연의 공간’이 생길 것이란 얘기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민주당에 외풍이 세게 불었다면 앞으로는 내풍이 세게 불어 닥칠 것”이라며 “원래 내부 분열이 제일 어려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친명‧비명 간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이 훨씬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갈등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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