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자산신탁, 시행사와 ‘수상한 커넥션’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2 14: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토피아 “시행사가 조합원 거주권과 조합 시행권 박탈”
시행사 “조합원 원금 보전 위한 결정…경찰에 충분히 소명”
누토피아는 교보자산신탁 직원이 시행사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연합뉴스
누토피아는 교보자산신탁 직원이 시행사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연합뉴스

사회적협동조합 누토피아가 주택건립사업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을 맡은 에이치앤파트너스를 사기와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편법을 동원해 기존 임대주택사업을 일반분양사업으로 전환, 조합원들의 거주권과 조합의 시행권을 박탈했다는 주장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누토피아가 교보자산신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대여금을 에이치앤파트너스 자본금으로 둔갑, 신탁 심의를 통과시켜 일반분양사업 전환의 길을 열어줬다는 이유에서다. 누토피아는 이 과정에서 에이치앤파트너스 실소유주와 교보자산신탁 직원 간 유착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조합에 알리지 않고 일반주택분양으로 전환

누토피아는 2017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일대 17만4807.8㎡ 부지에서 임대주택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2019년 에이치앤파트너스에 사업 부지와 사업인허가권을 1200억원에 매도했다. 에이치앤파트너스는 향후 누토피아로부터 대여한 432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임대주택사업이 무산될 경우 사업 시행권을 즉시 반환하기로 약정했다.

상황은 1년여 뒤인 2020년 9월 달라졌다. 당시 에이치앤파트너스는 누토피아에 알리지 않은 채 조합원들로부터 교보자산신탁과 함께 일반분양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확약서를 징구했다. 확약서에는 주거권을 포기하고 기납부금을 반환받은 경우 조합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하며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누토피아는 에이치앤파트너스가 ‘임대주택사업 자금확보 무산’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 추진 불가능’ 등 허위사실을 동원해 조합원들이 기납부금을 반환받을 수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사업은 결국 일반주택분양으로 전환됐고, 조합원들은 주거권을 상실하고 조합은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누토피아는 주장했다.

에이치앤파트너스 관계자는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총회를 열 수 없어 조합원들을 일일이 방문해 확약서를 받았다”며 “누토피아가 일반주택분양사업 전환을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확약서를 징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합 대여금 자본금으로 둔갑시켜 신탁 승인

누토피아는 에이치앤파트너스의 일반주택분양사업 전환이 교보자산신탁의 조력 덕분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당초 교보자산신탁의 신탁 심의는 부결됐다. 에이치앤파트너스의 2020년 감사보고서상 자본금이 5억9000만원에 불과한 반면, 누적 결손금은 108억원에 달해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을 받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보자산신탁은 누토피아로부터 대여한 조합원 차입금 432억원을 에이치앤파트너스가 자본금으로 둔갑시키는 방식으로 2021년 2월 차입형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교보자산신탁 측은 해당 자금이 자본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아무개 전 에이치앤파트너스 대표는 진술서를 통해 “(에이치앤파트너스) 주주가 아닌 관계로 부득이하게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업이 진행됐음을 소명코자 한다”며 “누토피아의 대여금 432억원을 상환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대여금인 것을 알고 있었던 교보자산신탁은 차입형 신탁사업 진행을 위해 이를 자본금으로 처리하여 심의에 상정했고 이를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에이치앤파트너스 관계자는 “실제로 누토피아에서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조합원들에게 원금을 보전해주기 위해 회계적으로 자금이 들어온 것처럼 처리해 놓은 것”이라며 “현재 조합원들에게 기납부금을 모두 환불해준 상태”라고 설명했다.

 

교보자산신탁 직원에 금품 제공 의혹 수사 의뢰

누토피아는 유착의 중심에 에이치앤파트너스 실소유주인 A 회장과 교보자산신탁 직원 B씨가 있다고 주장했다. 누토피아의 전신인 천안센토피아지역주택조합 시절부터 조합 자금 관리 및 대리사무업무를 맡아온 B씨는 A 회장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인물로 알려졌다.

누토피아는 경찰에 A 회장과 B씨 간 커넥션에 대한 수사도 의뢰한 상태다. 누토피아는 A 회장이 한 지역주택조합 자금 11억원을 B씨 지인 명의로 설립된 회사에 컨설팅 용역비 명목으로 전달하는 등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교보자산신탁 관계자는 “계약을 체결한 주체는 에이치앤파트너스이기 때문에 누토피아와 관련해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에이치앤파트너스 관계자는 “누토피아의 형사 고소건과 관련해 경찰에서 충분히 소명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