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공 위해 몸 푸는 공화당 ‘잠룡들’
  • 김현 뉴스1 워싱턴 특파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4 10:05
  • 호수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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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세대교체’ 내세우며 먼저 치고 나가…디샌티스·펜스 등도 反트럼프 날 세우며 링 오를 채비

2024년 차기 대권을 겨냥한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쟁이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양상이 다자 구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새롭게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고, 당내 ‘트럼프 대항마’로 급부상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또 다른 잠룡들의 대권 도전을 향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재도전에 나선 트럼프가 또 한 번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택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쟁은 벌써부터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와 헤일리 등 3명이 현재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자신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만들겠다”며 가장 먼저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2월14일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라는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2월21일엔 인도계 출신 백만장자인 바이오기업 ‘로이반트’의 비벡 라마스와미 창업자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던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월22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대중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월22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대중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

트럼프, 55% 지지율로 현재까지 1위 

아직 공식적인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공화당 내 또 다른 잠룡들도 본격적인 채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우선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항마’로 떠오른 디샌티스 주지사는 대권 도전을 위한 몸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디샌티스가 2월24일 주최한 행사에는 공화당 주요 인사와 후원자 15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과거 트럼프를 지원했던 인사도 대거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미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행사 장소는 플로리다 팜비치 포시즌스 호텔로,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와 불과 6km 떨어진 곳이었다”며 “트럼프 코앞에서 친(親)트럼프 인사들이 디샌티스를 바라본 것”이라고 보도했다. 2월28일 《자유를 향한 용기》라는 저서를 출간한 디샌티스는 조만간 아이오와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초기 경선주(州)를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캘리포니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뉴욕, 일리노이 등 미 전역을 누빌 것으로 점쳐진다. 미 언론들은 디샌티스가 오는 5월초까지 주목할 만한 입법 성과를 낸 후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2인자’였던 펜스 전 부통령도 최근 대선 출마 가능성을 본격 시사하며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펜스는 2월24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봄이 되면 제 소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간 대선 관련 언급을 자제해 왔던 펜스가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이라는 저서를 펴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마코 루비오·팀 스콧 상원의원 등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현재까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에머슨대가 2월24…^25일 실시해 28일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9%포인트)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을 상대로 한 당내 가상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는 55%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5%를 얻는 데 그쳤고, 펜스 전 부통령(8%)과 헤일리 전 대사(5%)가 뒤를 이었다. 지난 1월 조사 때와 비교하면 트럼프의 지지율(55%)은 같지만 디샌티스(29%)와의 격차(26%p→30%p)는 더 커졌다. 같은 날 공개된 ‘야후뉴스-유고브’ 여론조사(2월23~27일 조사)에서도 트럼프는 45%를 얻어 디샌티스(29%)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 지난 2월초 발표된 조사에서 디샌티스(45%)가 트럼프(41%)를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변화한 수치다. 

이는 중간선거 책임론 속에 불안하게 출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내 기반을 되찾고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자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강경파 설득에 직접 나서며 영향력을 재확인시켰고, 지난 1월말부터 미 전역을 돌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통한 ‘당심(黨心) 잡기’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트럼프를 괴롭혔던 대량의 기밀문건 유출 파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펜스 전 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서 자연스럽게 희석됐다. 독성 물질을 실은 열차의 탈선 사고로 피해를 본 오하이오주 사고 현장 인근을 바이든 대통령이나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보다 앞서 찾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와 오하이오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을 깜짝 방문해 직원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던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 연합
오른쪽은 차례대로 트럼프에 맞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도전이 예상되는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펜스 전 부통령, 헤일리 전 유엔대사ⓒAFP 연합

탈세 등 트럼프 사법 리스크도 관건

현 추세대로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세 번째 대권 도전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많은 후보가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것 또한 트럼프에게 호재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가 승리했던 2016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도 후보가 난립해 결과적으로 강성 지지층이 많은 트럼프에게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최종 선택받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디샌티스 주지사 등 트럼프의 유력 경쟁자들이 아직 ‘링’에 오르지 않아 트럼프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유권자의 최소 4분의 1 이상의 헌신적인 기반을 가진 확실한 공화당 선두주자로 보이지만, 그의 경쟁자들은 그에 대한 공세를 (아직) 보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점점 더 (역사의)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돼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트럼프가 아닌 합의된 대안으로 상황을 넘길 준비가 돼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쟁자들의 공세는 가벼운 견제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른바 1·6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트럼프에 등을 돌린 펜스 전 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공화당 대선후보로 어떠냐’는 질문을 받고 “더 나은 선택이 있다”며 “이 시대는 다른 리더십을 요구한다. 미국인은 ‘예의와 존중을 보여주는 정치’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집권 내내 혐오 발언과 막말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헤일리 전 대사는 ‘75세 이상 정치인들에 대한 정신감정’을 주장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동시에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탈세 등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까지 검증대에 오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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