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 민주당…김경수, 이재명 손잡고 ‘해결사’ 나설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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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친명‧비명 내홍’에…원외 ‘소방수’로 김경수 주목
김경수, ‘李 우군’ 분류는 불투명…‘비명 구심점’ 될 수도

더불어민주당 내 ‘집안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이재명 체포동의안 이탈표’의 규모와 의미, 대응책을 두고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이견을 표출하면서다.

민주당 내홍이 현실화하면서 야권 일각에선 ‘김경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친문계와 친명계의 신임을 두루 얻고 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당의 내홍을 막을 적임자라는 시각에서다. 김 전 지사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어느 편’에 설지 정치권 관심이 쏠린다.

2021년 6월16일 당시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1년 6월16일 당시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親明 “배후 가려야” vs 非明 “당이 나치냐”

그간 민주당은 ‘친명과 비명’이라는 계파 구분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국면이 달라졌다. 당장 이 대표를 옹호하는 친명계가 비명계를 ‘이탈표의 조직적인 배후’로 규정했다. 일부 의원들은 ‘심증이 가는 의원들’을 겨냥해 공개적인 비판을 가하는 모습이다.

친명계로 알려진 김남국 의원은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명계를 중심으로 지난 주말께 조직적으로 표를 모으는 과정이 있었다고 본다”며 “비명계가 (체포동의안 표결 전) 조직적으로 전화를 돌려 가결, 부결, 무효표를 모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정 비명계 의원들이 당 대표에게 ‘내려오라’고 요구하며 당내에서 조직적으로 표를 모은 것은 굉장히 비민주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친명계 안민석 의원도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언급하면서 “30표 이상의 이탈이 생겼다는 건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탈표가 결집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숨어서 조직적인 모의를 했다 비겁한 정치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 대표에 대한 반감, 반란표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그분들은 벌써 비상대책위원회 논의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비명계는 친명계가 당을 ‘공산당’처럼 운영하려 한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반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이란 주장이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민주당 지지자 일부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서 이탈표를 던진 사람을 색출하겠다며 의원들의 명단을 작성하는 데 대해 “민주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색출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치 시대에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려 십자가 밟기를 강요하지 않았나. 그건 양심에 자유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조응천 의원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표결 이후에 소위 친명 쪽이라고 하는 일부 의원들이 ‘공천권 보장을 거래하려다가 그게 안 되니까 뭐 이런 반란을 일으켰다, 비열한 트릭(속임수)을 썼다’, 이렇게 아주 좀 듣기 거북살스러운 말씀들을 한다”며 “본선 경쟁력 걱정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홍에…親文 김경수 등판할까

당내 분란이 격화하면서 친명‧비명계 모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계파 갈등이 발발하면 차기 총선의 악재가 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외에선 ‘김경수 역할론’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친문계 적자’이자 이 대표에 버금가는 팬덤을 보유한 김 전 지사가 당내 갈등을 봉합할 적임자라는 시각에서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2월28일 특별사면됐다. 4개월가량의 잔여 형만 면제된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28일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정당 활동 등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김 전 지사의 결심에 따라 당의 고문으로 활동하거나, 차기 전당대회에도 출마할 수 있다. 실제 일부 당내 인사들이 김 전 지사와 연락을 이어가며 ‘정치 재개’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명계에서는 김 전 지사가 이 대표의 우군으로 나서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원내 갈등이 심할 때는 원외 인사가 ‘심판’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김경수 전 지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중자애’의 메시지를 내준다면 당내 화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지사가 이 대표의 손을 잡아줄 지는 미지수다. 되레 야권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계파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단 해석도 나온다. 구심점을 잃은 당내 비명계가 김 전 지사를 구심점삼아 새로운 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단 추측에서다. 친문계가 김 전 지사를 앞세워 새 지도 체제를 요구하는 순간 친명계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계파 갈등을 떠나 ‘이재명 단일 체제’로는 리스크(위협요인)가 너무 크다. 그런 면에서 김경수라는 인물은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분명한 대안 리더”라며 “다만 이 대표와 김 전 지사를 반드시 라이벌 관계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차기 총선에서 함께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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