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 고가 車도 나왔다 하면 매진 행렬
  •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holywater@sisajournal-e.com)
  • 승인 2023.03.04 12:05
  • 호수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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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로 시작해 벤츠·BMW 가세한 온라인 시장…자동차 판매에도 비대면이 대세 될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자동차 자체가 수천만원대 고가 제품인데,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 같은 인식이 바뀌었다. 비대면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이젠 흔한 풍경이 됐다.

실제로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은 2019년 1조3469억원, 2020년 2조1845억원, 2021년 3조3170억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연간 온라인 판매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 거래액 역시 3조40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성장했다. 

자동차 주요 소비층인 20~40세가 대부분 온라인 구매에 익숙하고,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기업들도 온라인 구매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기업 입장에선 딜러(영업사원) 인센티브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편리하게 차량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온라인 시장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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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車 판매 시장 가파른 성장세 

국내에서 온라인 시장을 연 것은 테슬라코리아다. 이전에도 온라인으로 차를 판매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일부에 그쳤다. 테슬라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도 100% 온라인을 통해서만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외관 색상, 인테리어, 옵션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몇 번의 클릭만으로 바로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온라인 판매 시스템 도입 초기엔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기존 완성차 기업들도 온라인 판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입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한정판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효과를 보고 있다. BMW코리아가 대표적이다. BMW는 최근 ‘BMW 온라인숍’을 통해 한정 에디션을 꾸준히 내놓고 있으며, 출시한 차종 대부분이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앞으로 출시할 전기차 모델도 온라인에서 판매할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2021년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신설하고 한정판뿐 아니라, 신차·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숍을 통해 차량 정보를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으며, 모델·보디 타입·색상·옵션·가격 등 조건을 설정해 원하는 차량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편리함 때문에 지난해 벤츠 신차 중 5.6%가 온라인을 통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부터 매달 한정판 모델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달 출시한 ‘더 뉴 EQS 450 4매틱 SUV 온라인 스페셜’의 경우 출시 30분 만에 전량 완판됐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마이바흐 S 580 4매틱 블루 스타 더스트 나이트’도 3억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1시간30분 만에 전량 판매됐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온라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국내시장에 진출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경우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100% 온라인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폴스타 브랜드 자체가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데다 온라인 판매만 했음에도 작년에 출시한 폴스타2는 2794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오랫동안 숨죽여 왔던 혼다코리아도 올해부터 온라인 판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혼다코리아는 온라인 플랫폼을 위해 약 55억원을 투자했으며, 올 상반기 100% 온라인 판매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국내 완성차에도 부는 온라인 바람

온라인 판매는 현재 수입차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기업들도 온라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캐스퍼는 100%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며, 완성차 기업의 온라인 시장 진출을 알렸다. 캐스퍼는 사전계약 첫날 1만9000여 대를 기록하며 당시 기준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 차량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냈다. 이후에도 캐스퍼는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작년에는 4만8002대를 판매해 현대차 RV(레저용 차량) 중 팰리세이드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한국GM의 경우 수입 모델을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한국GM은 전기차 ‘볼트EUV’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로 했으며, 초대형 SUV ‘타호’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 이어 올해 국내시장에 진출한 픽업트럭·SUV 전문 브랜드 GMC의 첫 번째 모델인 ‘시에라 드날리’도 100%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현재 온라인 판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당장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것은 아니며,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올해 출시하는 토레스 전기차부터 온라인 판매가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온라인 거래 방식이 대세가 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먼저 대리점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온라인의 경우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판매하기 때문에, 영업사원들 입장에선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캐스퍼 출시 당시 현대차 노조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기아는 전기차 EV6를 온라인에서 사전계약 받으려 했으나, 노조 반발로 오프라인과 동시에 접수했다. 또한 쌍용차 대리점협의회도 KG그룹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터넷 판매 계획을 중단하라고 시위한 바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온라인을 통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가격 상승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딜러사 간 경쟁으로 할인율이 높아지는데 온라인이 정착되면 경쟁이 사라지고 할인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더 비싸게 차량을 사게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딜러 인센티브나 각종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며 “테슬라가 최근 온라인 판매의 맹점을 이용해 제멋대로 가격을 바꾼 것처럼 다른 기업들도 따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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