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항만 크레인 ‘스파이 도구’ 악용 우려”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3.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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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첨단 센서로 정보 수집·전달 가능”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에 설치된 크레인의 모습 ⓒ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에 설치된 크레인의 모습 ⓒ AFP=연합뉴스

미국 전역의 항구에서 사용되는 중국제 초대형 항만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 시각) 미국 국방부 등 안보당국의 일부 관리들이 미군도 많이 이용하는 항구들에 배치된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의 항만 크레인들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물의 출처와 목적지를 등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첨단 센서를 갖추고 있는 ZPMC의 STS 크레인(안벽크레인)들이 군수 물자에 관한 정보를 중국 측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 크레인들이 미국의 물류망을 어지럽히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고위 방첩 관료 출신인 빌 에바니나는 WSJ에 “크레인이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며 ZPMC의 항만 크레인 운영 사업을 “비밀 정보 수집을 감출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으로 묘사했다.

WSJ에 따르면, ZPMC는 20여 년 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협력하여 실시간 장비 연결과 데이터 분석 등을 제공하는 글로벌 항만 자동화 산업의 선두주자로 성장했다.

지난 2017년 MS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칭펑 당시 ZPMC 사장은 “우리의 상하이 오피스를 통해 여러분은 모든 크레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ZPMC는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100개국 이상에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미국에서 사용되는 전체 STS 크레인의 80%를 ZPMC가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항구에 설치된 이 회사 크레인 제품은 중국산 소프트웨어로 작동하고, 일부 항구에서는 아예 중국인 기술자가 2년짜리 미국 비자를 받아 직접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당국은 이런 방식이 잠재적으로는 정보 수집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 국방정보국(DIA)은 중국이 항만 물동량을 교란하거나 군사장비 하역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군이 종종 이용하는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의 항구들이 지난 2년간 ZPMC의 새 크레인을 다수 주문한 것이 정보당국의 염려를 키웠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볼티모어항으로 ZPMC 크레인을 운송하던 화물선을 수색해 정보수집을 위한 설비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소식통들이 WSJ에 전했다.

WSJ은 ZPMC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최대 시공사 역할을 하는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CCCC)의 자회사라고 지적했다.

안보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일부 항구는 ZPMC 크레인의 운영 소프트웨어를 스위스 기업의 소프트웨어로 바꿨고, 동부 2위 항구인 조지아주 서배너항 등은 핀란드 기업의 크레인을 사용하고 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은 향후 중국산 크레인 구매를 금지하고 다른 나라 제품 이용을 독려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중국산 크레인 관련 의혹에 대해 “피해망상적 시도”라며 “중국 위협론을 띄우는 것은 무책임하며 미국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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