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 민주당, ‘비명의 역습’ 시작?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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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박홍근 후임에 친문‧친낙계 의원 하마평
뇌관은 공천…총선 앞 ‘비대위 체제 전환’ 노릴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소란스럽다. 이른바 ‘이재명 체포동의안 이탈표’ 후폭풍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전당대회 이후 잠행하던 당내 친문재인‧친이낙연계 의원들이 ‘이재명 OUT’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맞받으면서 내홍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원내대표가 비이재명계에서 선출될 경우 당내 ‘권력 구도’에 지각 변동이 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 내 ‘공천 이견’이 불거진다면 계파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시각에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숨죽이던 비명계 ‘反明 메시지’ 노골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다만 민주당 내 이탈표가 당초 예상 규모를 넘어섰다. 이에 검찰이 다른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제출한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선 ‘집안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의원들을 ‘반란군’으로 규정한 뒤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의 강한 저항에 대다수 비명계 의원들은 침묵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 비명계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이 대표 사퇴 여론을 띄우며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비명계 소신파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검은 먹구름의 일차적인 원인은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라며 “그러면 이걸 철저히 분리해야 되는데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하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잠시 뒤로 물러서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이 대표를 위해서나 표적을 피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에 당선됐으면 방탄 정당 공격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과 전략을 제시하고 그 리더십을 발휘할 책임이 있다”며 “(민생 행보는) 안 먹힌다. 어떻게 할 건지를 당원과 의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명계 일색’인 지도부 구성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일한 컬러로 이뤄진 지도부가 어디 있느냐”면서 조직 개편 필요성을 지적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무총장, 사무부총장단, 전략기획위원장, 대변인단 등 주요 당직자 재편”을 요구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청년 당원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청년 당원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뇌관은 공천? 계파갈등 더 격화될 수도

비명계의 반발에도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가 사퇴할 것이었다면 보궐선거에 출마하지도, 전당대회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당의 내홍은) 이 대표가 당선될 때부터 예고됐던 상황이다. 이 대표는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공천권만은 끝까지 사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다수 의원들이 ‘비명 낙인’이 찍히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압도적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이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가 차기 총선에서 낙선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비명계 의원들에게는 매일 같이 ‘폭탄 욕설 문자’가 쏟아진다”며 “당원들의 조직적 반발까지 무릅쓰고 의원들이 소신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비명계 의원들이 ‘각개 전투’가 아닌 ‘지도부 진입’을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5월로 예정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명계 후보를 당선시키는 시나리오다. 원내대표는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차기 총선을 노리는 친문재인‧친이낙연계 의원들로서는 친명계 원내대표보다는 비명계 원내대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비명계는 ‘이 대표 실각’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따라 사퇴하거나 구속될 경우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 현재 비명계에서는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홍익표, 박광온, 이원욱 의원 등이 자천‧타천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탈표’의 목소리가 강해지면 이 대표가 내년 총선까지 순항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비명계가) 당 대표를 바꾸자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끌고 가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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