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黨’으로 재편한 국민의힘…“브레이크는 없다”
  • 조문희·변문우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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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김기현號 손잡고 국정 난관 돌파 의지
기조는 ‘협치’보다 ‘강경’으로… ‘용산 정당’ 전락 우려도

내년 총선을 이끌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의 진용이 완성됐다. 당권 레이스 동안 친윤(친윤석열)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김기현 신임 당 대표의 과반 득표에 더불어, 최고위원 전원이 친윤계로 채워졌다. 정치권에선 ‘윤석열당으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향후 국정운영의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됐다.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의 직무 정지 사태를 시작으로 이번 전당대회까지 거치며, 국민의힘 내에선 비윤(비윤석열)계의 입지가 쪼그라든 상태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자신감과 함께 “쓴 소리할 사람이 없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현號 출범으로 ‘당정일체’ 실현…尹정부 국정 드라이브

9일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는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당무에 돌입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이기도 하다. 전날 전당대회에선 이 같은 ‘타이밍’을 두고 자찬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벌써 당선 1주년이다. 새로 선출될 지도부와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라고 했다. 김 대표도 수락연설에서 “온몸을 바쳐 국민의힘을 성공시키고 윤석열 정부의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겠다”고 했다.

김기현호(號)의 출범으로 당정 관계는 유례없이 가까워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주된 평가다. 김 대표 스스로도 전당대회 내내 ‘윤심(尹心)’을 업은 후보라고 자평한 데다, 최고위원 면면이 모두 친윤계여서다. 비윤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득표율은 각각 10%대에 그치며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윤 대통령은 김기현호와 함께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10분가량 축사에서 ‘자유’를 7번, ‘위기’를 5번, ‘국제’를 4번, ‘안보’와 ‘협력’, ‘민주주의’를 3번씩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기득권 카르텔은 확실하게 뿌리 뽑고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과 청년 세대를 위한 3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너진 한‧미 동생을 재건하고 한‧일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 안건과 외교 문제는 야권과 충돌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실 내부에선 ‘브레이크는 없다’는 기류가 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신경 안 쓴다. 옳은 일은 밀어붙여야 한다’는 태도라고 한다. ‘피고인’ 신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남도 일절 고려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야권과 협치 대신 강경함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 신임 최고위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 신임 최고위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상처 난 김기현 리더십, ‘갈등 봉합’이 관건

그러나 가까워진 당정 관계가 윤석열 정부에 결국 ‘독’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당정 관계가 마냥 ‘일체’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 ‘문재인당’ 소리를 들은 민주당 사례를 보면 옆에서 쓴 소리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원장은 “무엇보다 지도부가 친윤계 일색이면 향후 갈등 봉합에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며 “해묵은 갈등이 차기 총선 앞두고 김기현 신임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김기현호의 출범으로 국민의힘은 ‘용산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고 건강하고 건전한 당정 관계는 요원해질 것이다.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 소장은 또 “이 구도대로라면 결국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하나 믿고 총선을 치르게 되는 건데, 그 결과를 어떻게 확신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 대표의 자질 문제도 거론된다. 전대 과정에서 불거진 울산 부동산 투기 문제 등이 두고두고 김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선거인 데다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여당에 불리하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 국면에 당 대표 부동산 문제가 다시 터지면 구도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내주 초께 발표될 당직 인선으로 김기현호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 소장은 “당직 인선을 대통령실과 협의 하에 할 것인지, 본인의 자율적 판단으로 할 것인지를 지켜보면 김 대표가 대통령실의 ‘바지사장’인지 아닌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날 첫 당직 인선으로 초선 구자근 의원을 내정했다. 경북 구미갑 지역구 의원인 구 의원은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밖에 사무총장 등 인선엔 친윤계 핵심인물인 이철규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대표는 이날 첫 최고위회의를 주재하고 “주말 사이에 의견을 듣고 최고위 협의를 거쳐 내주 월요일쯤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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