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분비학과·소아청소년과는 세계 최고 수준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2 12:05
  • 호수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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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병원’ 순위 발표…한국 심장외과·신경외과 성적은 저조
서울아산병원, 세계 29위로 국내 병원 중 가장 높아…내분비학과에선 세계 3위  

일류 인재와 최신 시설만 갖췄다고 해서 훌륭한 병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삶의 질과 만족을 위해 환자를 진료하고 질병을 연구해 최상의 치료법을 찾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최고의 병원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뉴스위크와 데이터 기업 ‘스태티스타’가 세계 28개국 2300개 이상의 병원을 조사해 세계 최고 병원(World’s Best Hospitals 2023) 250곳을 선정해 순위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수천 명이 속한 의료자문단 외에도 환자 삶의 질을 측정하는 설문조사, 이스라엘의 국가 품질 지표 프로그램, 덴마크의 임상 품질 데이터 등이 동원됐다.

세계 최고 병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 병원은 어디이고, 얼마나 될까. 분야별로 볼 때 소아청소년과는 29개 병원이 세계 최고 반열에 올랐다. 내분비학과(내분비내과) 분야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3위까지 기록했다. 그러나 심장외과(흉부외과)와 신경외과 분야에서는 각각 2개 병원만 포함돼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환자에게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의료계에는 개선할 부분을 제공하기 위해 시사저널은 국가별·진료과목별 세계 최고 병원을 종합 정리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세계 최고 병원 250위 중 한국 병원은 18곳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어떤 한 가지로 최고 병원이 될 수는 없다. 사견으로 보자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나 환자가 대형 병원으로 몰려 치료 경험이 축적된 것이 한국 병원의 치료 수준을 높인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가령 당뇨환자가 많아 내분비내과 치료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흉부외과와 신경외과의 순위가 낮은 것은 국내 환자가 외국보다 많지 않아 경험이 부족한 점 그리고 경제적 지원도 적어 의사의 지원도 거의 없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내과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데는 그만큼 환자를 많이 보고 논문을 많이 내기 때문이다. 반대로 외과 분야에서 외국보다 논문이 적은 점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모든 진료 분야를 망라해 평가한 세계 최고 병원 명단에서 1위는 미국의 메이요클리닉이다. 2, 3위도 미국의 클리블랜드클리닉과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차지했다. 메이요클리닉은 1970년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설립된 앨릭스의대 계열 병원이다. 연구 중심 병원이며 암·심장병·당뇨병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클리블랜드클리닉은 1921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설립된 후 세계 곳곳에 200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두고 있다. 심장병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은 1811년 설립된 하버드의대 계열 병원으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최고의 연구 실적을 쌓았다.

이들 병원을 포함한 미국의 5개 병원이 1~4위 그리고 10위를 차지했다. 5위는 캐나다의 보건네트워크대병원이고 그 뒤에 스웨덴(6위)·독일(7위)·프랑스(8위)·싱가포르(9위)계 병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 명단에 아시아계(7개 국가) 병원은 49곳이 포함됐다. 아시아계 병원으로는 싱가포르종합병원이 유일하게 10위권에 진입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18개 병원을 이 명단에 올렸다. 한국 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이 29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고, 일본 병원으로는 도쿄대병원이 17위를 기록했다. 이 리스트에 오른 한국 병원 18곳 중 16곳은 수도권에 있고, 지방 병원 2곳은 대구가톨릭대병원(243위)과 충남대병원(247위)이다.  

한국 최고 병원 132곳 중 상위 20위는?

세계 최고 병원 외에 국가별 최고 병원도 있는데, 한국 최고 병원 명단에는 132곳이 올랐다. 상위 10위까지를 보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순이다. 모두 수도권(서울 9곳, 경기 1곳)에 있는 병원이다. 수도권 외 병원으로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이 17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특정 진료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병원이 있다. 심장내과·심장외과·종양학과·내분비학과·신경학과·신경외과·정형외과·위장병학과·폐학과·소아과·비뇨의학과 등 11개 분야의 세계 최고 병원은 어디이고, 거기서 한국 병원은 어떤 위치를 차지했을까. 

세계 최고 심장외과 150곳 중 한국 병원은?  

심장질환을 수술로 치료하는 심장외과(흉부외과·심혈관센터) 분야 세계 최고 병원 150곳 중 한국 병원은 단 2곳만 이름을 올렸다. 서울아산병원(54위)과 분당서울대병원(89위)이다. 이 분야의 국내 진료 환경이 열악해 지원하는 전공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대병원(9위) 등 8개 병원이, 인도도 3개 병원이 이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분야의 세계 최고 병원은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이다. 2·3위도 미국 병원(메이요클리닉·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차지했다. 일본은 도쿄대병원(9위) 등 8개 병원이 이 분야에 포함됐다.

세계 최고 심장내과 300곳 중 한국 병원은? 

심장내과(순환기내과) 분야의 세계 최고 병원 300곳 중 한국 병원은 8곳이 포함됐다. 39위부터 286위까지 다양하게 포진했는데 100위권에는 서울아산병원(39위), 서울대병원(72위), 삼성서울병원(87위)이 진입했다. 심장내과는 심근경색과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담당한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 1~3위는 클리블랜드클리닉·메이요클리닉·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 모두 미국 병원이 차지했다. 아시아계 병원으로는 일본 국립뇌심혈관센터가 15위로 가장 상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 종양학과 300곳 중 한국 병원은?

암 진료와 연구를 전담하는 종양학과(암센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 병원 300곳 중 한국 병원은 14곳이 포진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각각 6위와 7위를 기록했다. 분당서울대병원(72위), 건국대병원(205위), 아주대병원(231위)은 백혈병 등 혈액종양내과 부문에서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여의도성모병원(283위)은 방사선종양학과 부문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런 성적은 국내 병원이 10여 년 전부터 암센터를 갖춰 암 진료와 연구에 매진한 결과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은 미국 MD앤더슨암센터이고, 그 뒤를 미국의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프랑스의 귀스타브 루시연구소가 따랐다. 일본은 이 분야에 23곳의 병원이 선정됐고 최고 순위는 국립암센터병원이 기록한 10위다. 

세계 최고 내분비학과 150곳 중 한국 병원은?

내분비학과(내분비내과)는 한국 병원이 가장 좋은 성적은 낸 분야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 150곳 중 한국 병원은 22곳이 포함됐는데 서울아산병원은 메이요클리닉(1위)과 매사추세츠종합병원(2위)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서울대병원(9위)과 서울성모병원(10위)도 10위권에 진입했다. 내분비학과는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관련된 갑상선 질환·고지혈증·당뇨병·비만·골다공증 등을 진료하고 연구하는 분야다. 일본은 이 분야에 9개 병원이 올랐다. 

세계 최고 신경학과 125곳 중 한국 병원은?  

신경학과(신경내과) 분야 세계 최고 병원 125곳 중 한국 병원은 10곳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아산병원(9위)이 10위권에 진입했다. 신경학과는 뇌졸중·두통·치매·뇌전증 등 신경계 질병을 담당한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은 메이요클리닉(미국)이고, 그 뒤를 매사추세츠종합병원(미국)과 국립신경외과병원(영국)이 이었다.

세계 최고 신경외과 125곳 중 한국 병원은?

신경외과도 한국 병원이 저조한 성적을 보인 분야다. 이 분야에 이름을 올린 125개 병원 중 한국 병원은 세브란스병원(29위)과 강남세브란스병원(38위) 2곳만 포함됐다. 국내 신경외과 전공의 이탈률은 지난해 약 15.4%로 6명 중 1명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신경외과는 뇌종양·뇌경색·뇌출혈·추간판 탈출증·척추협착증·척추측만증·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의 수술적 치료를 전담한다. 세계 최고 병원 1~3위는 메이요클리닉(미국), 뉴욕프레스비터리안병원(미국), 국립신경외과병원(영국)이 차지했다. 뉴욕프레스비터리안병원은 코넬대학과 컬럼비아대학에 소속된 뉴욕시의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세계 최고 정형외과 125곳 중 한국 병원은? 

척추·팔·다리 등 근골격계 질환을 담당하는 정형외과 분야 세계 최고 병원 125곳 중 한국 병원은 10곳이 포함됐고, 세브란스병원이 10위에 올랐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은 미국 뉴욕에 있는 특별외과병원이다. 1863년 설립된 이 병원은 정형외과와 류머티스 전문 의료기관이다. 메이요클리닉(미국)과 존스홉킨스병원(미국)이 그 뒤를 이었다. 

세계 최고 소아과 200곳 중 한국 병원은? 

한국 병원이 가장 많이 포함된 분야는 소아과(소아청소년과)다. 세계 최고 병원 200곳 중 한국병원은 29곳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전공의 부족으로 위기에 몰린 상태다. 신생아부터 청소년까지를 대상으로 진료하는 소아과는 2007년 국내에서 소아청소년과로 변경됐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은 보스턴소아청소년병원(미국)이고, 그 뒤에 캐나다와 영국의 병원이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고 위장병학과 125곳 중 한국 병원은?  

위장병학과(소화기내과) 분야에서 한국 병원은 선전했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 125곳 중 한국 병원은 9곳이 이름을 올렸고 그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이 6위를 기록했다. 이 분야는 식도·위·소장·대장·간·췌장·담도 등 소화기계 질환에 대한 내시경 검사와 치료를 담당한다. 최근 위암과 대장암에 대한 내시경 치료가 증가하고 있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 1~3위는 미국 병원(메이요클리닉·매사추세츠종합병원·클리블랜드클리닉)이 차지했다. 

세계 최고 폐학과 125곳 중 한국 병원은?  

폐 질환을 담당하는 폐학과(호흡기내과) 분야 세계 최고 병원 125곳 중 한국 병원은 11곳이 포함됐다. 서울아산병원이 26위를 차지했고 비수도권 병원 중에서는 부산대병원(94위)과 충남대병원(108위)이 이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폐학과는 숨을 쉬는 기관지와 폐에 발생하는 감기·폐암·결핵·천식·폐렴 등을 담당하는 분야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은 메이요클리닉(미국)이다. 2~3위 역시 미국 병원(클리블랜드클리닉·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차지했다.  

세계 최고 비뇨의학과 125곳 중 한국 병원은? 

비뇨의학과도 한국 병원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분야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 125곳 중 한국 병원은 11곳이 차지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4위), 삼성서울병원(5위), 서울대병원(6위), 분당서울대병원(10위) 4곳이 10위권에 진입했다. 2017년 국내에서 비뇨기과는 비뇨의학과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 분야는 방광·신장·전립선·요로감염·자궁탈출증·요실금·신장이식·불임 등을 담당한다. 이 분야 세계 최고 병원은 메이요클리닉(미국)이고, 2~3위도 미국 병원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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