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김기현號, ‘新실세’는 이철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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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총장 하마평…與일각, ‘용산發 공천’ 논란 우려도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9일 취임한 후 여권의 관심은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쏠린다. 장제원 의원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논란 끝에 사무총장 후보군에서 배제된 가운데, 이철규 의원이 사무총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친윤석열계(친윤) 복심인 이 의원이 총선에 관여할 시 김기현 대표가 공언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가 무력화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취임과 동시에 대표 비서실장에 초선의 구자근 의원을 내정했다. 경북 구미갑 지역구의 구 의원은 친윤계로 분류된다. 전당대회 기간 김 대표의 TK(대구·경북) 유세 일정 등에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비서실장 외의 당직 인선을 위해 당내외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이 관심은 ‘당직의 꽃’으로 불리는 사무총장에 쏠린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주요 직책으로, 차기 총선의 공천 실무에 관여한다. 당초 유력 사무총장 후보로 장제원 의원이 거론됐다. 장 의원은 김 대표와 가장 먼저 연대를 맺은 ‘당선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비윤석열계 일각에서 ‘김찍장’(김기현 찍으면 장제원이 공천)이란 구호가 확산하면서 장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후 여권에선 이철규 의원이 사무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이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이른바 ‘윤핵관 4인방’(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이 의원을 ‘최측근’으로 분류하기 시작했고, 실제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이 의원 부부를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갖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원내 한 관계자는 “윤재옥·이양수 의원 등도 (사무총장으로) 거론되지만 현재 분위기상으론 이철규 의원이 가장 유력하다”며 “김기현 대표가 말한 ‘당정일체’가 이뤄지려면 윤 대통령과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아야 한다. 김 대표도 이에 이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재원 신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철규 의원이 이미 사무부총장을 거치고 또 당내 사정에 밝기 때문에 충분히 사무총장을 맡을 수 있는 분”이라며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비윤계는 이 의원의 사무총장 인선설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반(反)이준석계’로, 이준석 전 대표를 포함한 비윤계와 공개적인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여기에 이 의원이 이미  ‘공천 학살’을 예고했다는 게 비윤계의 주장이다.

실제 이 의원은 지난달 1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주의 정당에서 파벌을 가지고 공천을 배제하고 하면 국민들이 용서하겠나. 당원들이 용서하겠나”라면서도 “민주당보다 더 우리 당에 해를 끼친다면 해당 행위를 한 사람을 공천할 수는 없다”고 친이준석계를 겨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탕평과 화합’을 강조한 김 대표가 친윤 인사를 사무총장에 인선할 시 계파 논란이 심화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특히 장제원 의원과 더불어 ‘윤핵관’ 인사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총선에 관여한다면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이 재차 불거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김기현호의 출범으로 국민의힘은 ‘용산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고 건강하고 건전한 당정 관계는 요원해질 것이다.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 소장은 또 “이 구도대로라면 결국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하나 믿고 총선을 치르게 되는 건데, 그 결과를 어떻게 확신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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