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차기 총리직, 크게 쪼그라들어”
중국에서 총리는 그간 ‘쌍두마차’를 이끄는 한 축으로 인식돼 왔으나, 이제는 1인자의 명령에 따르는 역할만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에서 총리로 선출될 예정인 가운데 그의 역할은 제한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거 주룽지, 원자바오 총리 등은 국가 주석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나 리커창 총리는 시 주석의 견제로 지난 10년 재임 내내 이전 총리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집권 10년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후진타오 주석(2만6517건)과 원자바오 총리(1만3541건)의 이름은 2대 1 수준의 비율로 등장했지만, 시진핑 주석(6만4671건)과 리커창 총리(1만108건)는 6대 1에 달한다.
통신은 1·2기 집권 때 시 주석은 총리의 정책 결정에 더 큰 통제권을 행사하려 했고, ‘3기 집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이번 전인대에서 통제권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국에서 이전 총리들은 경제 분야에 관한 주도권을 쥐고 정책 결정을 해왔으나, 리 총리는 부총리 3명 가운데 한 명인 류 허 부총리로부터 늘 견제받고 외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이자 ‘복심’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한때 시 주석의 경쟁자로 중국 경제개혁을 이끌 인물로 평가받던 리 총리는 시 주석이 당내 독보적 지위 구축에 나서면서 총리로 재임한 지난 10년간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이젠 새 총리로 선출될 리 창 상무위원이 ‘크게 쪼그라든’ 총리직을 물려받게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리 상무위원은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재임 시절 보좌관을 한 인물로, 상무위원 발탁과 총리 지명도 시 주석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결국 절대 권력의 수하에 불과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공산당에 사이버 보안 문제부터 경제개혁까지 분야별로 당 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국무원의 집행기관을 지도하는 형태로 운영해 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분야의 경우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딩쉐샹 당 판공청 주임을 위원장에 앉혀 경제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총리가 경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중국 당국의 이번 국가기구 재편은 시 주석이 모든 권력 수단을 통제하고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새 총리의 독립 공간은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경제리서치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어 중국 연구 부국장은 “새 총리의 역할은 시 주석의 야망과 성향을 정책 의제로 전환하는 것에 머물 것”이라며 “결국 시 주석이 결정한 만큼만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