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도 등 돌리나…中 반도체 굴기 ‘사면초가’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3.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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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통제 강화…안보 이유”
네덜란드 펠트호번의 ASML 공장에서 근무 중인 사람들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네덜란드 펠트호번의 ASML 공장에서 근무 중인 사람들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미국이 주도하는 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의 상황이 됐다.

10일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반도체가 미·중 기술 전쟁의 최전선으로 부각한 가운데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중국에 공세를 퍼부으면서 중국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모양새다.

가장 최근 중국에 타격을 준 국가는 네덜란드다. 리에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은 8일(현지 시각) ‘안보적 필요성’을 이유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세계 1위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기업인 ASML이 대(對)중국 압박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ASML은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과 함께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는 주요 기업이다.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ASML이 중국에 수출을 멈출 예정이어서 중국의 관련 기업들의 동요가 크다.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9일 “우리는 중국과 네덜란드 기업 간의 정상적인 경제 및 무역 교류를 제한하기 위해 행정 개입을 하는 네덜란드 측에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했다.

최근 1∼2년 새 미국은 의회와 행정부가 힘을 합쳐 중국의 반도체 굴기 차단에 나섰다.

지난해 7월 미국 상원은 2800억 달러(약 36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 우위 유지를 위해 쏟아붓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 칩 제조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지난해 전면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미 행정부는 또 한국·대만·일본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를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여기에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의 대명사인 화웨이에 5G용 반도체 칩 수출을 2019년 5월부터 금지하고 지난 1월에는 4G용 수출도 금지할 의향을 비쳤다. 첨단 반도체 기술과 칩이 중국에 건너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미국에 맞서려는 시도를 해왔으나 역부족인 모양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60조원대 국가 펀드인 ‘대기금’을 2014년 출범시켰으나 사실상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여기에 대기금 운용 과정에서 부실 투자와 비리가 발견되면서 반도체 등 산업을 총괄하던 현직 장관이 낙마하는 등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불거졌다.

첨단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총공세를 가하자 중국은 기술 자립을 선언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고 경제 보좌관으로 통하는 류허 부총리는 지난 2일 베이징의 한 심포지엄에서 “시 주석이 반도체 집적 회로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여러 차례 서면 또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류 부총리는 그러면서 첨단 반도체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외국 전문가에게 내국민대우와 함께 최상의 대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적 불문하고 반도체 인재를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중국 안팎에선 이번 전인대를 계기로 ‘3기 집권’을 시작한 시 주석이 미국의 반도체 공세에 대한 대응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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