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보면 안 되는 ‘대사 연관 지방간 질환’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1 12:05
  • 호수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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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당뇨병과 관련 있어…간 지방증 개선하는 유산소운동 적극 권유 

58세 남성 환자가 건강검진 사후관리를 위해 내원했다. 정상 체중에 허리둘레도 83cm로 정상이었고, 주 1회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셨다. 이번에 이상지질혈증과 당뇨 전 단계 판정을 받았고 중등도 지방간도 확인됐다. 의사는 환자에게 ‘대사 연관 지방간 질환(MAFLD)’에 대해 설명하고 관리를 권고했다. 그러나 환자는 지방간을 굳이 관리해야 하는지 여부와 또 MAFLD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자세한 상담이 필요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익히 알려진 질병이다. 유병률은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 국내에만 인구의 20~30%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뿐만 아니라 간 외 질환의 위험 요인이다. 그러나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이질적인 특성과 다양한 경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술을 마시는 사람을 배제한 채 진단하는 것도 진단의 한계로 제시된 바 있다.

최근 전문가 그룹은 간의 지방증 상태와 원인을 더욱 정확하게 반영해 관리하기 위해 질병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제시된 개념이 MAFLD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에 지방증이 있는지와 지방이 축적되는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MAFLD는 원인과 상관없이 간 지방증이 확인되고 비만, 제2형 당뇨병 또는 대사성 장애 중 하나 이상이 확인되면 진단된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지방간염·간경변·간세포암 위험 늘어나

간의 지방증 즉 지방간 질환은 증상도 없고, 운동·체중감량·음주습관 개선 등의 방법 외에 약을 복용해 해결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므로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간 내외 질병 모두의  위험인자이므로 간과해선 안 된다. 간의 지방증 환자는 지방간염·간경변·간세포암이 생길 수 있다. 또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다낭성 난소 증후군, 갑상선 기능저하증 같은 다양한 내분비 장애 위험도가 상승한다. 간세포암종 외에도 대장암 같은 간 외 암 발병 위험이 더 커진다. 간의 지방증이 이러한 질병을 유발하는 이유는 종양 형성을 촉진하는 만성 염증 상태 및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은 지방간 질환과 관련된 간 외 증상이기도 하며, 그 자체가 다시 간 염증 및 섬유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은 지방간 질환이 전신 염증 및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해 골다공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고, 인지기능 저하와도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간 질환 치료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여성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 제제 같은 약물 요인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담해 약을 조절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비만한 경우 적극적인 체중감량과 식사요법·운동·음주습관 관리다. 특히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경우 실제 체중은 감소하지 않아도 간의 지방증 상태는 개선될 수 있으므로 유산소운동을 적극 권유한다.

지방간 질환 특히 MAFLD는 공중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개개인의 다면적 건강을 위협하는 복잡한 질환이다. 대사 기능 장애와 간 내외 합병증을 포함하는 다면적인 건강 위험성을 생각하면 지방간 질환은 그저 지켜보고 있을 질병이 아니라 적절한 진단과 효과적인 관리 및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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