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치매 위험도 높인다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8 12:05
  • 호수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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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초미세먼지 농도 WHO 기준 5μg/㎥ 이하에도 치매 증가

미세먼지가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또 다른 건강 위험 중 하나는 인지기능 장애 혹은 치매다. 2021년 발표된 스웨덴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노출로 인한 연간 치매 발병률은 약 820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연간 치매 발병률의 5%에 해당한다. 2023년 발표된 140여만 명 이상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미세먼지(PM10)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혈관성 치매의 발병 위험은 약 5% 증가하지만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연구팀은 2014년부터 32개월간 뇌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 성인 640명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미세먼지·이산화질소(NO3)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올라가면서 대뇌피질 두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대뇌피질 두께 감소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대뇌피질 위축 부위와 흡사한 양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산화 스트레스 등으로 신경세포 퇴행

이런 연관성은 다양한 기전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기전은 산화 스트레스다. 미세먼지는 활성산소를 생성하고 우리 몸의 항산화 방어 시스템을 손상시켜 뇌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산화 스트레스는 지질·단백질·DNA에 손상을 일으켜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질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두 번째는 신경 염증 기전이다.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면 뇌에서 염증 반응이 발생해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성상교세포(astrocyte)가 활성화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생성될 수 있다. 신경퇴행성질환의 원인으로는 유전자 손실이나 신경퇴행성질환에서 관찰되는 단백질 응집체가 성상교세포 내에 축적돼 성상교세포가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정상 기능이 손상되거나, 신경독성을 갖는 반응성 성상세포로 변화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세아교세포는 이러한 신경염증 반응이 관여해 신경세포 퇴행을 일으킨다. 

세 번째는 뇌혈관 기능 장애다. 미세먼지는 혈관 기능 장애 및 염증 소견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혈액-뇌 장벽(BBB)을 손상시키고 뇌 관류 저하, 뇌허혈, 미세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혈관 변화는 혈관성 치매를 일으킬 수 있고 알츠하이머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네 번째는 뇌에 대한 직접적인 손상 기전이다. 초미세먼지가 혈액-뇌 장벽을 우회해 후각 경로를 통해 뇌로 들어가 직접적으로 뇌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후성유전학적인 변화다. 후성유전학이란 환경적 변화로 인해 유전자의 고유 형질이 발현과 함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형질까지도 후천적으로 획득하게 되고, 또 그것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DNA의 메틸화라든가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과 같은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유도될 수 있고, 이는 신경 퇴행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변경시킬 수 있다.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의 발병 및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기오염 특히 미세먼지는 인지기능 장애 및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특히 최근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 연구에 의하면 연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현재 미국 환경보호청의 기준치 12μg/㎥ 미만(국내 환경부 기준 15μg/㎥ 이하, WHO 기준 5μg/㎥ 이하)인 경우에도 치매 발생률은 상승한다. 초미세먼지와 연관된 치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초미세먼지 기준치에 대한 재정비와 함께 대기오염에 대한 개인 스스로의 적절한 보호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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