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위믹스를…김남국은 왜 ‘잡코인’을 선택했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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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 표적 되는 ‘알트코인’에 수십억 투자…의구심 증폭
위믹스도 ‘급등→상폐→급락→재상장’에 가격 널뛰기
김남국 “상장사 위메이드 발행 코인이라 신뢰도 높다 판단”

코인 거래 시장에서 ‘위믹스’가 오랜만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코인 투기 의혹의 중심에 선 가상화폐여서다. 김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위믹스 80만 개를 보유하고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가치로 최대 60억원 수준이다. 위믹스엔 ‘김남국 코인’이란 꼬리표가 달린 상태다.

김 의원은 위믹스를 사고 판 것은 일상적인 코인 ‘투자’일 뿐 불법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왜 하필이면 위믹스를 선택했는지를 두고서는 의문이 여전하다. 위믹스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대표적인 ‘알트코인’으로 꼽혀서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가상화폐를 통칭하는 말이지만, 그중에서도 시가총액 규모가 작다면 ‘잡코인’으로도 불린다. 위믹스의 시총은 한 때 4조원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왜 다른 가상화폐도 아닌 위믹스에 투자한 것일까.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코인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분위기다. ⓒ 연합뉴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코인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분위기다. ⓒ 연합뉴스

위믹스, K코인 대장주에서 ‘잡코인’으로 전락

9일 코인 업계에 따르면,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위메이드는 유명 게임인 《미르의 전설》 등을 개발한 국내 게임업체로, 코스닥 상장사다. 위메이드는 2021년 당시 유행하던 ‘돈버는게임(P2E)’ 생태계를 하나로 잇는다는 목표 아래 위믹스를 개발했다. 게임에서 얻은 재화를 위믹스로 바꿔 현금화하는 게 주요 개념이다. 상장기업이 코인까지 상장한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위믹스는 국내 시장에서 즉각 주목을 받았다.

위믹스는 거래량의 90%가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졌을 정도로 대표적인 ‘K-코인’ 혹은 ‘김치코인’으로도 불렸다. 위믹스가 잡코인 중에서도 대장주로 거론됐던 배경이다. 그러나 전체 코인 시장에서 보면 순위는 200위권에 불과하다.

위믹스의 전성기는 2021년 11월이었다. 같은 해 7월 200원대였던 가격은 11월 2만8900원으로 뛰었다. 불과 4~5개월 만에 가격이 100배 넘게 뛴 것이다. 당시 시가총액은 무려 3조56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잡코인의 특징은 ‘급등락’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대장주는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급등락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잡코인에겐 일상이다. 위믹스도 마찬가지다. 2021년 11월23일 하루에만 42% 등락률을 보였다. 김 의원이 위믹스를 대량 보유했던 2022년 1~2월엔 최고 1만1000원대에서 최저 4900원 사이를 오갔다.

특히 위믹스는 유통량 위반 등의 문제로 지난해 11월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퇴출당했다. 사실상 상장 폐지 개념이다. 계획보다 많은 양을 시장에 유통했지만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주식에 비교하면, ‘주식의 변동 상황을 금감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셈이다. 직후 가격은 200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만 위믹스는 해당 문제를 소명하고 지난 2월 두 달 만에 국내 거래소인 코인원에 재상장됐다. 현재 가격은 1200원 수준이다.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가 8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됐다. 사진은 8일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 ⓒ연합뉴스
국내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는 ‘K코인’ 대장주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유통량 위반 등을 이유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이후 시가총액이 최대 4조원 수준에서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 ⓒ연합뉴스

“믿을 만해서 투자했다”지만…선출직이 9억원을 ‘잡코인’에?

코인이라는 것 자체가 주식처럼 명확한 분야가 아니다보니, 투기와 투자의 구분이 모호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통상 잡코인에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는 투기로 접근하는 게 일반적이다. 단기 차액을 노리고 치고 빠지는 개념의 이른바 ‘단타족’들의 표적이 되곤 해서다. 잡코인은 개당 가격이 싸고 변동성이 훨씬 크게 때문에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려는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위믹스의 가격이 널뛰기를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의원은 위믹스가 ‘믿을만한 해서’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회사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 회사인 경우가 많지만, 위믹스는 상장회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라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했다”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선출직인 김 의원이 수억원을 잡코인에 투자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팽배하다. 여권에선 김 의원이 위믹스 거래 당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김 의원은 “만약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위믹스를 팔았다면 고점에서 팔거나 폭락 직전에 팔았어야 하지만, 본인이 매도한 시점은 이미 위믹스가 한참 폭락하던 때”라고 해명했다. 또 초기 가상화폐 투자금 9억원으로 위믹스 뿐만 아니라 당시 주목받던 여러 코인에도 분산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단 어떤 코인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구체적 내역은 언급하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 의원 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코인 보유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현재 가상화폐는 선출직 공무원의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 의원 같은 사례가 한 두 명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보유 코인을 전원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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