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더 남았다…전문가들이 말하는 ‘尹대통령의 숙제’ [尹정부 1년]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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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 ‘불법파업 강경대응’ 정부 功으로 평가
‘수직적 리더십’ 부작용 지적에 ‘야당과의 협치’ 과제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

2022년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국회 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이같이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년, 대한민국은 과연 어떻게 변화했을까. 윤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국민은 주인이 되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부상했을까. 시사저널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정치 전문가들에게 지난 1년의 성적표, 또 향후 4년간의 숙제를 물었다.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는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협치의 회복’을 향후 4년의 과제로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명했던 ‘尹의 색’…“국정기조 확실히 정한 모습”

지난 1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선명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요약하면 ‘빠르게 직진’ 그리고 ‘힘에 의한 통치’다. 그 리더십의 호불호, 적절성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이 성향 때문에 ‘청와대 이전’ 같은 공약 실행에 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역대 대통령들이 추진하려다 무산됐던 청와대 이전을 단기간에 단행한 것은 엄청난 결단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가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다. 특히 국내적으로는 ‘4대 개혁’이 구체화된 모습”이라며 “속도에서 지연되고 있는 부분은 있으나 방향은 확실히 정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엄지’를 든 윤 대통령의 정책은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이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취임과 동시에 출근길마다 기자들의 질의를 받았다. 도어스테핑을 진행한 것은 역대 대통령 중 최초였다. 이후 MBC와의 갈등 끝에 도어스테핑이 중단됐지만, 그 시도와 취지만큼은 긍정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지난 1년 정책 중) 가장 인상 깊었다.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재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했지만, 윤 대통령이 소통을 강화해 국민여론에 귀가 잘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간의 최대 성과로 ‘화물연대 파업 엄정 대응’도 꼽혔다. 불법 시위에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확립했다는 평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그간 일부 노조가 국민 앞에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였다는 일각의 비판이 있었다. 고용 되물림이나 폭력 시위가 문제됐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이들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힌 것은 지지층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이 추진한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는 전문가 간 평가가 엇갈렸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신(新)냉전체제 국면에서 미국 및 일본과의 동맹 강화는 ‘적절한 선택’이었단 시각도 있다. 반면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배상안’,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관용적 태도’ 등이 민심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엄경영 소장은 “한‧미‧일이 (동맹을) 강화한 것은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 정세에서 대한민국 역할이 확실히 정해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교수는 “국제질서가 신냉전 체제로 재편되는 중에 윤석열 정부가 외교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러시아 중국하고 다 잘 지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상병 평론가는 “외교에서 성과도 거뒀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많다”며 “한‧미‧일 관계는 좋아졌지만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됐다. 숙제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노선이 지나치게 우경화됐다”며 “너무 친미, 친일이다. 향후 우리나라 입지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여전히 따라붙는 물음표…“실종된 협치 회복해야”

전문가들이 꼽은 향후 4년의 과제는 무엇일까. 1년 간의 성과에는 의견이 갈렸지만 윤 대통령이 풀어 가야할 숙제에선 같은 진단이 나왔다. 공통적으로 언급된 건 야당과의 협치다. 윤 대통령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야당과의 협치는 필수적이라는 진단에서다.

이준한 교수는 “윤 대통령이 정당 정치를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건 아쉽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존중해야 한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제거한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에게 통 크게 양보했다. 그런 발상의 전환을 국내 정치에서도 보여달라”고 조언했다. 엄경영 소장도 “여야간 대화와 협치가 없다”며 “국정 기조를 위해선 협치를 통한 입법 뒷받침이 절실하다. 정치 복원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은 대통령인데 정치가 실종됐다. 이렇게 되면 모든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며 “대통령이 혼자만 일해선 곤란하다. 통치와 정치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보수 지지층만 바라보는 국정 운영이 계속되면 중도층 이탈이 심화, 2024년 총선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진중권 교수는 “보수 정부가 보수 정책을 지향하는 건 좋으나, 중도층이 용인할 수 있는 우선회가 필요하다”며 “극우가 되어서는 힘들다. 그 반감이 확산하면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가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율 교수는 “다음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의 의석수 균형이 맞춰지려면 정부가 소통을 강화해 정권심판론으로 총선 구도가 흐르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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