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책임 인정” 트럼프, 민사소송 패소…66억원 배상해야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5.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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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 벗었지만 성추행·명예훼손 인정돼
트럼프 “사상 최악의 마녀사냥”
27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79)이 9일(현지 시각) 재판에서 승소한 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AP=연합뉴스
27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79)이 9일(현지 시각) 재판에서 승소한 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9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이 같은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원고인 E. 진 캐럴(79)을 성추행했고, 혐의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모두 500만 달러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하는 평결을 내놨다.

5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약 26억5000만원)는 성추행과 폭행에 대한 보상이고, 2만 달러(2600만원)는 성추행에 대한 징벌적 배상이었다. 또 명예훼손에 대한 보상액은 270만 달러(약 35억8000만원)였고,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배상액은 28만 달러(약 3억7000만원)로 책정됐다.

배심원단은 원고의 주장 중 일부만 인정했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캐럴이 이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하고,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지금껏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성적 비위와 관련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법원에서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SNS를 통해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 ‘사기’와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봤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행위가 고의적이고, 증오와 악의에 따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번 평결은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금전적 책임만 지게 됐을 뿐 수감 등 형사적 책임과는 관련이 없다.

이번 재판은 지난달 25일부터 진행됐다.

뉴욕에 거주하는 남성 6명과 여성 3명의 성비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날 오전 숙의절차에 들어갔고,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도 안 돼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적 책임을 인정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난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이번 평결은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자 (미국의) 불명예”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항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재판에서 캐럴의 성폭행 피해 주장은 회고록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한 거짓말이라면서 배후에 반(反)트럼프 진영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배심원단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엄격한 증거를 기반으로 유·무죄를 가리는 형사소송과 달리, 미국의 민사소송은 원고와 피고 중 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출하는 측이 승소하게 된다. 

한편 원고인 캐럴은 승소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다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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