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환율은 경기 회복을 기다린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4 10:05
  • 호수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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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의 격차 1.75%p까지 벌어져
하반기 경기 반등 여부가 환율의 중대 변수 될 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또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고금리 여파로 중소형 은행 4곳이 파산했는데도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3월 5.0%로 한 달 전의 6.0%보다는 내렸지만, 여전히 물가 목표치 2%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제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5.0∼5.25%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 금리는 3.50%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과의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역사상 없었던 최대 폭의 차이다.

ⓒ연합뉴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1.75%p까지 확대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또다시 기준금리 0.25%p 올린 연준

보통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1%포인트 내외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왔다. 걱정스러운 것은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후 지금까지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를 묶어놓고 손대지 않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미 원화의 상대적 가치는 많이 내려온 상태다. 교역국 사이의 물가 변동 등을 반영해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한 실질 실효환율지수를 보면, 지난 3월 한국의 원화는 94.8로 기준선인 100보다 낮아 조사 대상 64개국 중 60위로 바닥권이었다. 원화의 실질 실효환율지수는 2021년 8월 이후 100을 밑돌았다. 올 1월 잠시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지금의 환율 수준은 2월2일 기록했던 달러당 1227원과 비교하면 8%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는 오른다. 국제유가가 많이 내렸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3월 달러화 기준 한국의 수입물가는 1.8% 떨어졌지만, 원화 기준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0.8% 상승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도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이 곧 우리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날은 5월25일이다. 섣불리 예측해서 굳이 망신을 자초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래도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자금 유출이나 환율 상승 압력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경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0.3%에 그쳤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미 금리 차 확대와 환율 문제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중소형 증권사나 일부 한계기업의 유동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고 가계의 부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위축에 따른 경착륙 완화도 필요하다. 괜히 금리를 올려 경기를 더 악화시키고 금융 불안을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라 14개월 만에 3%대로 하락했다. 한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가까워졌다.

사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된 날, 달러는 오히려 약세를 보여 환율은 하루 만에 15원 내렸다. 현재 기준금리 차이에 대한 불안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곧 중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연준이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3월 전년 대비 4.6% 올랐다. 시장 전망치인 4.5%를 소폭 웃돌았고 물가 목표인 2%와 비교하면 여전히 배 이상 높다.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이유

하지만 연준의 정책결정문에서 그동안 계속 들어가던 ‘추가 긴축이 적절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문구가 사라졌고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말도 빠졌다. 시장은 당장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는 않는다 해도 금리 인상 흐름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많아야 한 번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가을쯤부터는 상황이 바뀌어 금리를 다시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장이 바라는 대로라면 올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0%까지 내려가게 된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금리 인하를 점치는 건 시기상조다.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이고 연내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는 지금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경우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고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적으로 9개월이었다고 한다. 변수는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1.1%로 집계돼 2%의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에 실업률은 5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지표가 엇갈린다. 중요한 것은 금리 인하는 모르지만, 금리 인상은 이제 거의 최종적인 수준에 거의 도달했다는 점이다.

최근 외환시장의 특징은 원화 약세가 달러화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유로당 원화는 2014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고 파운드당 원화 역시 브렉시트가 있었던 2016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은 중국 위안화는 물론이고 초저금리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보다 컸다. 아무래도 현재의 환율에는 금리 격차보다는 경기가 영향을 더 많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기준금리 차이만으로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환율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경제 상황이 반영되는 것이 정상이다. 세계 경기의 부진으로 우리 수출 경기가 나빠지면서 원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4월까지 무역적자 누적 규모는 250억 달러에 이른다. 연간 사상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던 지난해 무역적자 478억 달러의 절반이다.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상반기 100억 달러 경상수지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거꾸로 생각하자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췄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우리 수출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환율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보면 수출 경기가 나아진다는 조건 아래 하반기에는 원화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겠다.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은 막바지에 이른 듯하다. 올린다고 해도 한 번 정도가 남았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손대지 않을 것이다. 환율은 수출 경기가 나아지면 회복될 수 있다. 단정하는 일은 피해야겠지만, 원화 약세가 길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모든 전망은 예상하는 만큼 하반기에 경기가 나아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올 하반기의 반도체 수출 경기는 우리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환율에도 중요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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