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새 공천룰, 또 ‘이재명 방탄’ 논란 나오는 이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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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유죄=부적격’ 문구 삭제…이재명‧조국 특혜 의혹
‘당헌 80조’ 이어 ‘방탄’ 논란 조짐…‘檢 무차별 기소 대비’란 반론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월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24 총선 공천제도TF 제1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월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24 총선 공천제도TF 제1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내년 총선을 11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발 빠르게 공천룰을 확정지었다. 민주당은 “도덕성 기준을 보다 강화했다”고 자부했지만 공천 부적격 대상에 ‘재판 중인 후보자’를 삭제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당장 당 안팎에선 또 한 번 ‘이재명 방탄’인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아픈 부분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름까지 함께 거론되면서 당내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22대 총선 후보자 선출 특별당규 제정안(공천룰)을 확정지으며 과거에 비해 도덕성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당내 총선공천제도 TF(태스크포스)는 이해찬 전 대표 시절부터 이어져 온 ‘시스템 공천’의 틀은 유지하면서, 우리 사회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성희롱, 학교폭력,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규정에 적혀 있던 ‘단 한 줄’을 삭제하면서 ‘도덕성 강화’라는 민주당의 평가에 힘이 실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다름 아닌 ‘1심 유죄면 부적격’이라는 내용의 한 줄을 지워버린 것이다.

지난 총선 당시 적용된 규정엔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자와 음주운전, 병역기피 등 공직후보자로서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문장은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는 후보자 심사에 있어서 공직후보자로서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고 바뀌었다. 즉 ‘하급심 유죄 판결’이라는 구체적인 기준을 삭제하고 ‘중대한 비리’라는 다소 모호할 수 있는 표현만 남긴 것이다.

당장 1심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2심을 진행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언급됐다. 새 규정대로라면 이들은 별다른 제약 없이 차기 총선에 도전할 수 있다. 이들 외에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현역 의원 12명 모두 마찬가지다.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반박문을 통해 진화를 시도했다. 공천 TF를 총괄하고 있는 이개호 단장은 “일부 문구의 변화가 있었지만 부적격 심사 적용 기준을 완화하거나 대상을 축소한 바가 전혀 없다”고 피력했다. 오히려 ‘중대한 비리’로 부적격 적용 범위를 넓힌 거란 주장이다.

하지만 ‘중대한 비리’라는 규정은 원래부터 명시돼 있던 것으로 특별히 기준을 강화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민주당이 이번에 규정한 ‘예외 없는 부적격’ 대상(강력범, 음주‧뺑소니,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투기성 다주택자)에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조 전 장관의 사문서위조 혐의 등은 모두 해당하지 않는 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인을 위한 ‘방탄’ 룰 개정이라는 비판의 불씨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당헌80조’(기소될 경우 당무 정지) 삭제 논란으로 이어져 온 ‘이재명 방탄’ 갈등이 이번 공천룰로 인해 또 한 번 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 퍼지고 있다.

 

개딸 “당원 권한 강화하라” 한 차례 잡음

이번 공천룰 확정에 앞서 민주당은 이달 초 전당원을 대상으로 공천룰 내용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당원과 함께 공천룰을 만든다는 취지였지만 여기에서도 한 차례 잡음이 불거졌다. ‘개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층에서 ‘반대 투표 운동’을 벌인 탓이다.

이들은 현역 의원들에 대한 당원평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온라인상에서 공천룰 부결을 강하게 주장했다. 여기에 일부 친명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지지와 표 결집을 독려해 화력을 더하기도 했다. 최종 투표 결과 이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찬성 61% 반대 39%) 여전히 확정된 공천룰에 대한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검찰에 공천권 줄 수 없잖나” “어쨌든 당 이미지엔 타격”

당내에선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지금 당 내홍이 되풀이될까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공천룰 확정에 참여한 TF 소속 한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도덕성 판단을 강화하자는 기준을 갖고 TF에서 이견 없이 룰을 확정해나갔다”며 “당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갈등인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물론 여러 상황이 맞물린 탓에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해석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지난 번 이재명 대표 방탄이라고 비판 받았던 ‘당헌80조’에 대해선 반대한 바 있지만, 이번 공천룰은 결코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조정한 바 없다. 그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 검찰이 전방위적 수사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최대 모임인 ‘더좋은미래’ 대표 강훈식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많은 야당 의원들이 수사 대상이고, 무차별적 기소를 당하는 상황에서 완전하게 모두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천권을 검찰이 갖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인을 위함이 아닌, 검찰의 야당 탄압에 맞선 룰 변경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비명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물론 검찰의 야당 편파 수사에 대한 우리 당 차원의 방어가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이번 룰이 당 이미지에 부정적인 타격을 주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당이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는 모습을 반복해 보여 왔기 때문에, 이번 공천룰을 두고도 당장 ‘이재명 방탄 아니야?’라고 의심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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