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횡령·배임’ 김영준 이화전기 회장의 실체는?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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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시장 출신 기업사냥꾼…‘이용호 게이트’ 배후로 지목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왼쪽)과 김성규 이화전기공영 사장이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왼쪽)과 김성규 이화전기공영 사장이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재계의 관심은 김 회장이 어떤 인물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그가 2000년대 초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기업사냥꾼이기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최근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김 회장과 김성규 이화전기공업 총괄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이화그룹 계열사인 이화전기공업과 이트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김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해왔다.

이들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10여 년간 급여 명목으로 11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저가에 매수한 이화전기공업 등 계열사 주식을 허위 공시 등의 방법으로 고가에 매각해 124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고, 회사에 187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김 회장에게는 조세포탈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그가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증권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12억원을 납부하지 않았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투자를 신고하지 않아 173억원 상당의 재산을 국외로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원 출신인 서울 명동에서 사채업을 해온 김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한때 그가 차명으로 소유한 기업만 수십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 회장의 존재는 2001년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처음 외부로 알려졌다. 이용호 게이트는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이 주가 조작을 통해 수백억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사건이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정·관계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형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이용호 게이트의 배후로 지목된 김 회장은 대검찰청의 수사가 시작된 2001년 9월 잠적했다 4개월여 만인 2002년 1월 체포됐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김 회장은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5년 출소한 뒤 모든 자산을 차명으로 돌리고 자취를 감췄다.

그의 이름은 2015년 다시 언론에 오르내렸다. 당시 이화전기공업 실소유주로 지목된 김 회장은 주가조작 등 혐의로 또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이때도 김 회장은 3개월여 간 도피행각 끝에 체포됐고,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지방국세청이 이화그룹 경영진의 증여세 등을 포탈한 혐의를 확인, 검찰에 고발하면서 김 회장은 다시 한 번 수사기관의 표적이 됐다. 이화전기공업은 지난 3월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세금을 포탈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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