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실수 파산’ 한맥투자증권, 9년 소송전 결과는?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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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파산관재인 예보, 거래소에 411억원 지급해야”
대법원은 최근 한국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 예보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최근 한국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 예보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파산한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한국거래소에 수백억원대 거래대금을 물어주게 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최근 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 예보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예보는 파산재단을 통해 거래소에 411억540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한맥투자증권은 2015년 2월 직원의 사소한 실수로 파산했다. 2013년 12월 한맥투자증권의 한 직원은 옵션이라는 파생상품 가격 변수인 이자율(잔여일/365)을 실수로 ‘잔여일/0’이라고 잘못 입력했다. 파생상품 자동매매 프로그램은 모든 상황에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보유 중인 모든 옵션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 직후 직원은 실수를 알아차리고 바로 전원코드를 뽑았으나 이미 143초 동안 3만7900여 건의 거래가 이뤄진 뒤였다. 이로 인해 한맥투자증권에는 46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맥투자증권은 거래소에 거래 취소를 요청했지만 이미 거래가 성사된 뒤여서 손 쓸 방도가 없었다.

이후 거래소는 착오거래로 인한 대금 570억원을 대납했다. 거래소는 증권·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2000억원 수준으로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

이후 거래소의 중재로 한맥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들과의 거래 대부분을 무효화했다. 문제는 해외 증권사였다. 각각 350억원과 43억원의 이익을 취한 미국계 헤지펀드 캐시아캐피탈과 홍콩 증권사 IND-X 등은 한맥투자증권의 이익금 반환 요청을 거절했다. 그 결과 한맥투자증권은 462억원대의 손실을 남기고 파산했다.

거래소는 2014년 3월 한맥투자증권 파산관제인인 예보에 411억원을 달라며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거래소가 대납한 결제 대금에서 한맥투자증권이 예치한 공동기금을 공제한 액수였다.

재판의 쟁점은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이 ‘중대한 과실’에서 비롯됐는지 여부였다. 민법상 착오 원인이 의사 표시자의 중대한 과실인 경우 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한맥투자증권은 주문 실수가 단순 착오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한맥투자증권이 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최근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예보는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 낸 부당 이득 반환 소송에서도 최근 패소가 확정됐다. 앞서 예보는 캐시아캐피탈이 착오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방식과 시장 상황과 거래 관행, 구체적 거래 형태 등을 근거로 캐시아캐피탈이 한맥의 착오를 알면서도 이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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