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 증거? 홍콩 공립대 학자 수, 中 본토 출신이 현지인 넘어서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5.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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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학자에게 홍콩은 더 자유롭고 보수 높은 매력적인 곳”
‘홍콩국보법’ 제정 이후 교단 떠난 교수도 다수
홍콩 전경 ⓒ REUTERS=연합뉴스
홍콩 전경 ⓒ REUTERS=연합뉴스

홍콩 8개 공립대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 본토 출신 학자들이 홍콩 현지 출신 학자보다 많아졌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홍콩 8개 공립대에 임용돼 있는 5120명의 학자 가운데 중국 본토 출신 학자가 1815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의 35%에 달하는 비율이며 5년 전 1224명에서 크게 증가한 규모다.

분야별로는 중국 본토 출신 학자의 4분의 1이 과학 학부에 속해 있었으며 그 뒤를 공학·기술, 경영·관리 분야가 이었다.

반면 홍콩 현지 출신 학자는 1670명으로, 5년 전의 1924명 대비 감소했다. 전체 학자 가운데 현지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5분의 2에서 3분의 1로 떨어졌다.

이들 외 세계 다른 지역 출신 학자의 비중은 32%로 5년 전(34%)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학교별로 보면 홍콩과기대에 본토 출신 학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학교의 전체 학자 중 48%가 본토 출신이며 15%만이 홍콩 출신이었다. 홍콩대는 본토 출신이 34%, 홍콩 출신이 29%로 나타났다.

2019년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던 홍콩이공대는 본토 출신 학자 비중이 5년 전 5분의 1 미만에서 현재 5분의 2 수준으로 늘어났다. 반면 늘 절반 이상이었던 홍콩 출신 학자의 수는 급감해 본토 출신 학자보다 불과 1%포인트 많은 수준이었다.

홍콩 출신인 마응옥 홍콩중문대 부교수는 SCMP에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본토 출신의 인력 자원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그는 “본토 학자들에게 홍콩은 더 자유롭고 더 임금을 많이 주는 매력적인 곳”이며 “그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콩 출신 학자는 해외에서 연구하고 다른 곳에 정착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현재의 학자 구성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후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교수 중 다수가 교단을 떠나거나 체포·기소됐다.

2014년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시민단체 공동 대표이자 2020년 7월 열린 야권의 입법회(의회) 의원 예비선거를 주도한 베니 타이 전 홍콩대 법대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정치학자 브라이언 퐁 홍콩교육대 부교수는 친중 매체로부터 ‘친독립 세력’이라고 공격받은 후 학교를 떠났고, 이보다 앞서 2021년에는 홍콩대 정치학자 조셉 찬 교수가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더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발언할 수 없음을 느낀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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