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명판 대장동 사태’ 의혹…"정부 땅 사업권 탈취 3000억 벌어"
  • 서상준·최연훈 경기본부 기자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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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디자인클러스터' 일반분양 꼼수, 약 3000억 원 수익 챙겨
계약금 일부 빌려주고 사업권·경영권·주식 다 빼앗아 
'시공사 경쟁입찰' 규정 무시하고, 정보통신 공사까지 빼내

경기 광명역세권에 디자인·LED지식산업 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민간 업자가 사업권을 탈취해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 민간 사업자만 배를 불린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닮아, '광명판 대장동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사업자인 '광명국제디자인클러스터피에프브이 주식회사'(PFV)는 2013년 12월 광명시의 추천을 받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수의계약으로 해당 토지를 취득했다. LH는 국내·외 디자인 기업을 유치해 '디자인 광명시'를 조성하겠다는 PFV의 사업제안을 받아들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PFV는 2014년 12월 총 계약금 694억원의 10%인 69억4000만원(2회 분할)을 납부하고 토지 권리를 확보했다. 

광명역세권 디자인·LED지식산업 집적단지 조성 과정에서 민간 업자가 사업권을 탈취해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판과정에서 증인에 나선 B씨가 제출한 사실확인서(오른쪽)와 광명시 공문 ⓒ서상준 기자
광명역세권 디자인·LED지식산업 집적단지 조성 과정에서 민간 업자가 사업권을 탈취해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판과정에서 증인에 나선 B씨가 제출한 사실확인서(오른쪽)와 광명시 공문 ⓒ서상준 기자

계약금 일부 빌려주며, 경영권 포기·주식 양도각서 요구  

PFV 대표였던 A씨가 이 모씨로부터 토지 계약금 중 35억원을 차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014년 5월경 지인 B씨로부터 고향 선후배 사이라며 이씨를 소개받았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만 같았던 사업이 이씨를 만나고 나서 완전히 뒤틀렸다.

이씨는 주변인을 통해 사업지에 대한 평가를 마친 상태였고, 해당 사업지의 금전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당 사업지는 1만평(약 3만3000㎡)규모에 KTX광명역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케아 등이 인접한 '금싸라기 땅'이다.

이씨는 PFV 사업권을 빼앗기 위해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본인의 회사 앞으로 대출을 받아 A씨에게 35억원을 빌려주며, 3개월 짧은 시한(2014년 8월20일)내에 사업운영비로 5억원을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

상환하지 않을 경우 ▲경영권 포기 및 개발사업 양도각서 ▲담보주식 양도각서 ▲대표이사 사임서 제출 등 사업권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빠짐없이 받아냈다. 변호사를 통해 A씨에게 '그 어떤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이 개발 사업에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상 불공정계약서까지 작성케 했다.

A씨가 정해진 기일내에 차용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이씨는 당초 계획대로 받아놓은 경영권 포기각서, 사임서 등 서류들을 행사했다. 

먼저 A씨를 강제로 사퇴시키고 경영권을 빼앗았다. 2015년 4월께엔 PFV에서 전액 출자한 형태로 자본금 100만원 자회사(지아이디씨 주식회사)를 설립해 회사 토지에 대한 권리를 이전·매각했다. 

이씨는 8개월 뒤 2016년 2월께 다른 시행업자인 정 모씨가 설립한 '광명디자인피에프브이 주식회사(GIDC)'에 광명국제디자인클러스터 사업권을 포함, 지아이디씨 회사를 약 180억원에 넘겼다. 자본금 100만원의 신생 법인이 180억원의 회사로 탈바꿈한 것. 

정씨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당초 목적법인의 상호와 비슷한 광명디자인피에프브이를 설립했다. 토지대금은 이씨와 정씨가 가상채권을 만들어 계약금에 이자 비용 등을 얹어 채권 양도양수 방식으로 돈이 오간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지는 토지거래촉진법상 전매가 금지되며, 더욱이 차익을 남기고 전매했다면 회수 대상이다. 택지를 전매하거나 전매를 받을 경우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A씨는 "이들은 처음부터 계획적인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며 "빛을 내는 LED산업과 디자인을 결합해 광명시를 디자인의 메카로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한 광명국제디자인클러스터 사업이 이들의 '사기전법'에 빚만 지고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GIDC 사업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정씨로부터 전체 공사 중 정보통신시설 공사를 받는 조건을 달았다. 실제로 이씨는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수의계약으로 정보통신시설 공사를 따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쟁입찰로 공사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규정을 알면서도, 수백억 원의 정보통신시설 공사를 이씨에게 몰아줬다. 전체 공사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정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씨는 토지계약금을 제외하고 110억원 가량을 벌었다. 수의계약으로 따낸 공사 수익까지 합치면 수백억 원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광명역세권에 디자인·LED지식산업 집적단지 조성과정에서 민간 업자가 사업권을 탈취해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GIDC 사진과 재무제표 자료 ⓒ서상준, 최연훈 기자
광명역세권에 디자인·LED지식산업 집적단지 조성과정에서 민간 업자가 사업권을 탈취해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GIDC 사진과 재무제표 자료 ⓒ서상준, 최연훈 기자

사실확인서 입수…"사업권 통으로 먹을 수 있겠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 A씨와 이씨의 소송 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선 B씨가 법원에 제출한 사실확인서 사본을 입수했다.

B씨가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이씨는 해당 사업지 가치가 매우 좋은 것으로 파악하고, A씨에게 사업권을 빼앗아 전매하면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이씨는 애초부터 사업권을 탈취해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할 목적이었다.

B씨는 "고향 후배(이씨)를 A씨에게 소개해 줄 때부터 이미 사업적 가치가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씨가 내게 '이 좋은 사업권을 통으로 날로 먹을 수 있겠네'라는 말도 여러번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가 (A씨로부터)뺏은 회사를 정씨에게 그냥 넘긴 것이 아니고, 현대(엔지니어링)에서 공사(정보통신시설)까지 받아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부지에 연건평 8만2000평 규모로 지하 5층~지상 28층 지식산업센터 3개동이 들어섰다. 

이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이 표면상으로만 무려 1655억원(재무제표 2021년도)에 달한다. 당초 사업목적에 맞게 디자인, LED기업 위주로 정상 분양했더라면 상상도 못할 수익이다.

실제로는 재무제표 내역보다 대략 2배이상 수익이 났을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주변 부동산과 건설 전문가들은 이 사업지에서 얻은 수익이 최소 3000억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근 부동산중개 대표는 "원래 여기 지식산업센터는 디자인 회사만 분양을 받을 수 있지만, 상담 온 손님들에게 그런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며 "지금 입주자들도 거의 일반 업종이고, 편법으로 회사 (사업자등록증)종목에 디자인을 추가해 들어온 업체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준공)마무리 앞두고 건설사, 시행사 직원들과 여러번 만났는데 적어도 3000개(억원)는 남았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결국 민간업자들이 정부(LH)토지를 되파는 방식으로 상업화하고, 일반분양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머쥔 것이다. 이씨와 정씨는 전화통화에서 실무자들이 진행해서 잘 모른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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