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소년 조기 발굴이 미래 결정의 골든타임이다”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4 14:05
  • 호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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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효식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마약중독 청소년 힐링캠프 개최할 계획”

청소년의 학교폭력과 마약 문제가 지역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연령대가 낮아지고 10대 마약사범도 꾸준히 늘면서 학부모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청소년들의 활동 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적기 상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가족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2014년 부산에 새 둥지를 틀고 위기청소년 상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효식 이사장은 5월17일 개발원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청소년들이 적기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하반기에 마약중독 청소년을 위한 힐링캠프를 처음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효식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이 5월17일 개발원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효식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이 5월17일 개발원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학교폭력 상담 건수 늘고, 연령대 낮아져”

드라마 주제로 다룰 정도로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청소년 상담 전문기관의 시선이 궁금하다.

“오프라인에서 주로 발생하던 학교폭력이 사이버 공간으로 확산되면서 학교폭력 상담 건수도 늘고 있다. 사회·정서적 역량과 관련된 기본적인 소양 교육과 또래 간 갈등을 조절하는 경험들이 줄어들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 같다. 앞으로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과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 학교폭력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같은 관련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 학교폭력에 노출됐을 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초등학생이 어려울 수 있다. 상담 연령대가 낮아진 원인으로 보는 이유다.”

드러나지 않은 학교폭력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해결에 앞서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개발원은 예방적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래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님도 계시지만 고민이 있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아무래도 친구가 상담해 주면 좋은 점이 많다. 덧붙이자면 친구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같이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인식 개선도 가능하다. 법이나 제도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해당 부처에서 검토할 사안으로 생각한다.”

청소년 도박과 마약 등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부터 전국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항을 추가했다. 도박 문제를 겪고 있는 청소년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진단에서 사이버 도박 위험군으로 판별되면 상담복지센터는 지역 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연계해 지원한다. 또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 도박과 마약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 대한 상담과 전문기관 연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특히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으로도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상담받을 수 있다.”

개발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앞으로의 계획은.

“구체적인 상담 건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런 부분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많이 되고 있다. 아마 주변에 많이 침투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눈에 확연히 보이는 증가세는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손 놓고 바라볼 상황은 아니기에 저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에 3개의 기숙형 치료치유센터가 있다. 이 중 용인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에서 올 하반기에 마약중독 청소년을 위한 힐링캠프를 처음으로 개최할 생각이다. 시범 진행한 후 매뉴얼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보완할 계획이다. 향후에 필요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숙 치유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5월16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가정 밖 청소년·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잡(Job)아(我)드림 면접-Day’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상담사의 전문성에 걸맞은 처우 개선 필요”

상담사의 역할이 클 것 같다. 해외처럼 박사학위 이상 전문 상담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기청소년 전문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보수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폭력 영역 전문가 과정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사의 학교폭력 관련 대응 능력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개발원 직원이 많다. 또 전문성 있는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공감한다. 최근 고위기청소년이 많이 보이는데, 올해 17개 시도 광역센터에 34명의 정신건강 임상심리사를 배치할 예정이다. 국가자격증이나 전문자격증을 갖고 계신 전문가들로 구성될 전망이다. 기존 상담복지센터에 이 자격들을 보유하고 있는 분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없었다. 이 때문에 청소년이 왔을 때 판단을 못 내리고 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아예 고위기청소년이 오면 그 자리에서 판정한 후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게 정신건강 임상심리사를 채용하고, 시도 광역센터에 배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상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역량에 맞는 처우가 뒤따라야 할 텐데.

“처우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쉬움이 있다. 힘들어하는 청소년을 상대하다 보면 체력이 많이 소모되고, 어려운 점이 많이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그에 맞는 경제적 보상이나 처우가 잘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나온다. 인건비 증액이라는 게 한순간에 크게 되는 것은 어려우나, 여성가족부나 지자체에서 상담사 처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번 달(5월)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를 소개하자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매우 불안해하고, 집 밖에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청소년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음성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했다.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매우 높았다. 여러 번 상담도 받아봤지만 외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포기를 반복한 케이스였다. 그러다 결국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SNS 상담을 이용하게 됐고, 이후 자신감을 얻어 최근 외출 빈도를 늘려 가고 있다. 상담사는 청소년의 어려운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 주며 계속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지지해 줬다. 청소년이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주면서 외출이 가능하도록 자신감을 복돋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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