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장직’ 눈치 싸움에…민주당 ‘집안 다툼’ 본격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5.3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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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明 박홍근·정청래 내정에 반발…“당 지도부 출신이 또 자리 차지”
‘체포동의안 정국’ 겹칠 경우 전방위 분열 우려도…“관건은 공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당대회 돈 봉투’, ‘코인 논란’ 악재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의 집안 다툼이 자당 몫 국회 상임위원장 여섯 자리를 두고 격화하는 양상이다. 당내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기준과 원칙에 부합하는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발이 나오면서다. 야권에선 곧 다가올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정국까지 겹칠 경우, 당 내홍이 전방위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홍근·정청래 의원과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한정애 의원을 각각 민주당 몫인 교육·행정안전·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회의 개최 직전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내부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해당 인선에 대해 ‘기득권이 또 자리를 차지한다’는 이의 제기가 나오면서다.

의총에서 이의 제기 선봉장에 선 이들은 당내 비주류 계파인 기동민·허영 의원이었다. 두 의원은 과거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김근태 의장을 보좌한 김근태계이자 비명계로 분류된다. 기 의원은 “당 지도부나 장관 출신이 또 상임위원장을 하는 게 과연 쇄신으로 비쳐지겠느냐”라고 직격했고, 허 의원은 “절박한 당 쇄신에 걸맞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상당수 의원들도 박수로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리 차지’를 위해 기존 국회 관례를 깼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홍근 의원의 경우는 직전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정청래 의원은 현 최고위원직을 유지한 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다. 또 한정애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이처럼 요직을 지낸 경우 상임위원장직을 양보하는 것이 관례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당내 반발에 대해 정청래 의원도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이날 본회의에서 자신의 행안위원장 선출이 무산된 직후,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민주당 자체 내부의 의견이 분분해 이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고 개탄스럽다”며 “꺾이지 않고 행안위원장으로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혁신행동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중심 민주당 혁신 4대 과제' 해결을 위해 당원 청원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혁신행동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중심 민주당 혁신 4대 과제' 해결을 위해 당원 청원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계파 갈등 깊어질 것” vs “갈등 아닌 민주적 제안 상황”

민주당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당내 계파갈등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이 대표적 친명계로 분류되는 만큼 ‘친명-비명’ 계파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당내 대표적인 주류 계파 인사들만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각종 요직을 ‘해먹는다’는 느낌을 (우리 의원도) 가끔 토로한 적이 있다”며 “최근 당내 쇄신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또 요직에 친명계 인사가 포진되자, 그동안 쌓여온 불만이 분출된 것”이라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국회 체포동의안 정국까지 겹칠 경우, 민주당 내부 분열이 표면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도 지역구의 한 초선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상임위원장직을 두고도 이렇게 막판 다툼이 있는데, 이번 체포동의안의 경우 표결 결과에 따라 차기 총선 공천의 향방도 가늠할 수 있어서 의원들끼리 더 큰 분열도 발생할 수 있다”며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의원들과,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딪히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상임위원장직 배분 문제를 계기로 당내 갈등 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이 당론 없이 투표한다고 했지만, 원내대표가 원내 의견을 수렴해서 분열을 막으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당 지도부에선 이번 사안이 당내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이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 상황에 대해 “‘논쟁’, ‘갈등’이라기 보단 ‘제안’이 있었다”라며 “상임위원장 자리가 총선을 대비하기도 힘들고 유리한 자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선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안한 사람들의 의견이 있으니 원내대표도 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충분히 검토해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장은 “상임위원장직 자체가 언론 노출도 많고 지역현안 챙기거나 공천을 받는데 상대적으로 이점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단순한 ‘친명-비명’ 계파갈등이 아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재 민주당 내부 갈등은 있지만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지 않고 조만간 타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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