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쟁이었다면…‘네탓 공방’ 속 컨트롤타워 어디에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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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행안부 책임공방…사전 대비도, 사후 조율도 구멍 난 시스템
野 “긴급 NSC 참석 안한 尹대통령, 국민 불안·혼란 수습 않고 어딨었나”
북한이 5월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 관련 뉴스속보가 나오는 가운데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울린 경보음을 듣고 휴대전화 안전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행안부는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 연합뉴스
북한이 5월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 관련 뉴스속보가 나오는 가운데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울린 경보음을 듣고 휴대전화 안전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행안부는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예고된' 도발에 허점을 노출했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네탓 공방'을 벌이며 국가 교신 체계 난맥상을 드러낸 사이 이 모든 상황을 조율할 '컨트롤타워'는 부재한 모습이다. 거듭된 북한 도발과 여러 국가적 재난을 거치고도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시스템 구축과 대응에는 여전히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1일 오후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북한 발사체 관련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 발송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급박한 상황에서 행정안전부의 경보 발령을 전파받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민방위경보통제소 담당자가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 경계경보 문자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경계경보는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되는데, 시는 북한의 이번 발사를 이에 상응한 위험 수준의 도발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시는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혼선을 주게 된 점은 인정하지만, 오발령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통상 동해로 발사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서해상을 겨냥하면서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오 시장 주장과 달리 대통령실과 행안부는 이번 혼선에 대한 책임을 모두 서울시로 떠넘겼다. 서울시가 행안부 지령 방송을 잘못 해석했고, 이를 재확인하지 않아 불필요한 혼란을 촉발했다는 이유에서다.  

행안부 중앙통제소는 이날 오전 6시30분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의 지령 방송을 보냈다.

행안부는 여기서 '경보 미수신 지역'이 뜻하는 것은 백령도 백령면과 대청면 지역 중 기술적 결함 등으로 경보를 못 받은 경우 자체 경보를 발령하라는 것이지, 서울시를 비롯한 다른 시도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령 방송은 전국 17개 시도에 공통으로 보내는 '자동 송출' 체계에 따라 전파되는데 유일하게 서울시만 문구를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역시 이 부분을 재확인하려 했지만, 행안부 중앙통제소와 연락이 닿지 않아 불발됐고 결국 자체 판단으로 위급재난 문자를 발송했다고 해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44분 간 우왕좌왕…모든 게 서울시 탓? 

그러나 북한의 '예고된' 발사였던 데다 애초 재난 대응 시스템 운영과 컨트롤타워 역할이 명확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혼선이란 점에서 정부가 지자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도발을 비롯한 위급 상황에서 정부-지자체 간 교신과 재난 대응 체계가 빈틈없이 작동하고, 해석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문구 역시 사전에 조율됐다면 극도의 혼란과 불안감이 조성되는 일은 없었을 거란 이유에서다. 

이른 아침 때아닌 공습 사이렌과 경계경보 문자, 이후 오발령 공지, 다시 경계경보 해제까지 무려 44분간 서울시와 행안부 간 혼선을 고스란히 마주해야 했던 시민들은 '무질서'한 대응을 두고 탄식을 쏟아낸다. 

국민들이 극도의 혼란과 공포에 노출됐던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이 나서 상황을 수습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번 혼선 출발과 최종 책임을 서울시 책임으로 돌렸는데, 안보 위기 상황에서 이를 지자체 책임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대혼란 속 대통령 뭐했나" 질타

야당은 행안부와 서울시의 우왕좌왕 대응으로 국민이 혼란에 빠진 순간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며 '컨트롤타워 부재'를 맹공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울시가 위급재난 문자를 발송하는 등 혼란한 상황에서 긴급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열렸으나, 윤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며 "국민 불안과 혼란을 수습해야 할 대통령은 어디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긴급 NSC를 주재할 수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은 무엇이었나. 대혼란 속에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며 "북한이 발사체 발사를 국제해사기구에 통보했는데도 대비하지 않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을 때 윤 대통령은 퇴근 시간이 됐다고 퇴근했다"며 "그때 물 구경하듯 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고도, 오늘 발사체를 '로켓 쇼' 보듯 한 것은 아닌지 윤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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