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잠행 끝, 징계 논의 시작...친명계서도 ‘자진사퇴’ 솔솔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5 10:05
  • 호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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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후 두문불출…가평휴게소에서 모습 포착, 텔레그램 수시 접속
‘이재명 동기’ 당 윤리심판원장조차 의원 자격 비판

수십억원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을 받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잠행 끝에 5월31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감찰 지시 이후 당을 떠난 지 17일 만이다. 김남국 의원은 그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에 접속하는 등 일부와는 소통하면서도 두문불출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열리고서야 국회에 나온 김남국 의원은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명계에서조차 김 의원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면서 김 의원의 복당은 물론 의원직 사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위철환 민주당 윤리심판원장은 김 의원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5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5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가방 들고 다녀” 소리 들었지만

김남국 의원은 대표적인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꼽혔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시절부터 이재명 대표를 보좌했다. 김 의원을 비롯한 일부는 다른 후보에 비해 당내 기반이 약한 이재명 대표에게 ‘성남·경기 라인’과 함께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경선캠프에서 수행실장을 맡았다. 이 대표 지근거리에 있다 보니, 당시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의원을 두고 “이 대표 밑에서 가방 들고 다니는 분”(김재원 전 최고위원)이라고 지칭할 정도였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가끔 들고 다니는 가방은 내 가방”이라고 반박해야만 했다.

이랬던 관계는 이번 가상자산 논란으로 금이 가는 모양새다. 김남국 의원이 한때 6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사실뿐만 아니라, 국회 일정 중에도 가상자산을 거래한 것은 도덕성 문제에 치명타였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 딸의 입시 의혹과 관련해 ‘이모 교수’를 ‘이모(姨母)’로 착각해 발언했다가 역풍을 맞은 사실도 회자됐다. 이재명 대표는 급기야 5월12일 김 의원에 대한 긴급 윤리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민주당은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 도중 가상화폐 거래를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선출직 공직자이자 당의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는지 여부에 대한 윤리감찰을 긴급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김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5월6일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을 되레 공격했다. 민심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후에야 사과문을 전했다. 당에 진상조사단 구성과 조사도 요청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조차 자신을 방어하지 않자 5월14일 탈당했다.

김남국 의원은 탈당 후 보름 이상 두문불출했다. 보수 성향 유튜브 ‘따따부따’ 진행자인 배승희 변호사가 5월18일 가평휴게소에서 찍혔다는 김 의원의 사진을 공개한 것이 전부다. 이 외에는 김 의원의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심정을 알겠다고 하더라”(안민석 의원, 5월25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고의적인 잠적이거나 연락이 안 되는 상태는 아닌 것 같다”(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5월30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는 등 주변인의 전언만 나왔다. 김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에 수시로 접속하는 등 주변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그러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징계 절차에 착수한 5월30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지역 사무실에서 포착됐다.

 

당 윤리심판원장, “의원 자격 문제” 비판

“윤리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한 절차에 따라서 성실하게 소명할 계획이다.” 김남국 의원은 보름 넘는 잠행 끝에 5월31일 국회 사무실에 나와 이처럼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당내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이재명 대표의 윤리감찰 지시에 이어 국회의원 자진사퇴까지 거론됐다. 당의 사법부 격인 윤리심판원장은 ‘의원 자격’ 문제를 공개 거론하기까지 했다. 위철환 당 윤리심판원장은 5월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남국 의원에 대해 “근본적으로 국회의원 자격이 문제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직무상 정보를 취득해서 투자를 했다거나 또는 국회의원이 이해충돌 행위를 했다면 이에 합당한 무거운 징계 수위가 결정돼야 한다”면서 “이런 분들이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함으로써 국민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겨주게 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와 28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18기) 생활을 함께했다.

이러한 친명계 기류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됐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5월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사퇴 요구와 관련해 “김 의원의 진퇴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존재적 위치, 코인 거래에 관한 실체적인 진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김 의원”이라며 “본인의 여러 행보에 있어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입장이라서 김 의원과 탈당한 이후에는 연락을 안 했다”고 했다. 다만 안민석 의원은 “국회 출입정지 30일이 합당하다”(5월3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 저널》)면서 의원직 제명에는 선을 그었다.

국회는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에 들어갔다. 윤리특위는 5월30일 김 의원의 징계안을 윤리심사자문위에 전달하는 등 본격적인 절차에 나섰다. 외부인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는 윤리특위에서 의결된 국회의원 징계안을 검토한다. 윤리특위는 자문위 심사 결과를 반영해 징계 수위를 결정한 후 이를 본회의에 상정한다. 자문위 검토 기간은 최장 2개월이다. 징계 수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출석정지 기간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등 2분의 1 감액 △제명 등 4단계로 나뉜다. 입법기관인 의원을 제명하려면 헌법에 근거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역 국회의원이 제명된 사례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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